동정간 정정을 떠나지 않는 대승선

〈수심정경〉 6장 7장은 정산종사가 강증산 생가에서 얻은 〈영보국정정편〉에 인용된 〈통현영보정관경〉외 조선내단학에서 주요 경서로 읽힌 〈태상노군설상청정경〉, 〈태상적문통고경〉, 〈태상대통경〉을 원문을 산삭 해석하고 의역하여 편수한 〈정정요론 하권〉이다. 〈정정요론 하권〉에 편입된 〈영보정관경〉, 〈상청정경〉, 〈통고경〉, 〈대통경〉은 도불 동원적 성격을 띄고 있다.

소태산대종사와 정산종사는 '〈영보정관경〉을 고봉선사의 〈선요〉와 같다(도설해 상·중·하편)'고 하였다.

영보정관경과 관심법

조선시대 내단사상에서 주요 경으로 사용한 〈영보정관경〉이나 〈상청정경〉, 그리고 〈대통경〉에는 선불교의 '금강경'이나 '반야심경'과 같은 무욕·무상의 청정심으로 공심(空心)에 머물러 맑히는 정정(定靜)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마음을 어디에 머물게 할 것인가 하는 수행의 원리와 실제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청정한 성품에 마음을 정하기 위한 수행으로 마음을 고요히 하여 밝은 지혜가 나타나게 하는 수행을 의미한다. 수양이 익숙하여 마음이 청정하여 밝아지면 자성반조·회광반조·묵조 등 마음을 비추어 보고 마음이 거기에 머물게 하는 관심법(觀心法)이 있다.

정관(靜觀)과 정혜쌍수

이함허(李涵虛)의 정관경 약해에 따르면 '정관이란 곧 불가의 지관(止觀)의 뜻이다. 관에는 내관 외관 원관 공관이 있다. 사람이 능히 정관하면 곧 신이 동요하지 않는다. 반드시 능히 안으로 비추어 보아 무심하게 하면, 밖으로 보되 형상이 없으며, 멀리 보되 사물이 없고, 공을 보되 또한 공이 된다'고 하였다.

〈통현영보정관경〉 주에서 정관이란 명칭이 선가의 정과 혜를 의미한다고 한 점은 정관경은 정혜쌍수의 개념이 제시된 육조 혜능이후의 시대에 저작된 것이라 보여진다. 정관의 개념 또한 선불교의 정혜쌍수의 개념과 상통하고 있다. 불법을 주체하여 교법을 제정한 소태산 대종사는 〈불교정전〉 무시선법에서 정혜쌍수 또는 청정심을 회복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고 이를 대승선이라 하였다.태극영보의 정정수행으로 자성의 광명을 얻어 동정 간에 정정(定靜)을 떠나지 않는 동하고 정할 때 하는 무시선 수행의 공부법이다. 정혜쌍수의 선은 신령한 기운인 대성에 합일하는 의미가 있다.

영·기·질의 의미

정산종사는 영보의 개념인 천지의 영기(몸에 있어서 신기)의 원리를 제일 중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소태산대종사 또한 우주와 인간 만물에 갊아 있는 신기의 원리와 수행을 중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정산종사는 영·기·질에 대해 밝히고 있다. "우주만유가 영과 기와 질로써 구성되어 있나니, 영은 우주의 본체로서 영원 불멸한 성품이며, 기는 만유의 생기로서 그 개체를 생동케 하는 힘이며, 질은 만유의 바탕으로서 그 형체를 이름이니라"(〈정산종사법어〉 원리편 13장).

14장에서는 영기의 관계에 대해 밝히기를 "기가 영지를 머금고 영지가 기를 머금은지라, 기가 곧 영지요 영지가 곧 기니, 형상 있는 것 형상 없는 것과 동물 식물과 달리는 것 나는 것이 다 기의 부림이요 영의 나타남이라. 대성이란 곧 영과 기가 합일하여 둘 아닌 자리니라"고 하였다.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15장에 식물과 동물의 관계와 개령과 대령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물은 영지가 주가 되어 기운을 머금은 즉 동물이 되고, 기가 주가 되어 영지를 머금은 것이 식물이라 했고, 동물은 개령이 있으나 식물은 대령(우주만유에 갊아 있는 영지)만 있다고 보았으며, 마음이 정한 즉 대령에 합하고 동한 즉 개령이 나타나, 정즉합덕(靜卽合德:고요하면 영지가 우주의 영지와 하나가 됨)이요, 동즉분업(動卽分業:기가 움직여 형상을 이루면 기운에 따라 영지가 달라짐)이라, 사람이 죽어서만 대령에 합치는 것이 아니라 생사일여라고 보았다.

이기와 영기

정산종사는 '태극도설'의 무극 태극의 이와 기를 영과 기로 해석하였다.

중정이 묻기를 "이가 무엇입니까? 물으니 "이라고 하면 알기 어렵다, 영이라 하면 쉽지 않느냐. 우주에도 영이 있고 사람에게도 영이 있다. 우주의 영은 대령이요 사람의 영은 소령이다." (〈한울안 한이치〉 일원의 진리장)

정산종사는 신유학의 '태극도설'에서 무극 태극의 이기론에서 이를 영지로 해석하고 있다. 정산종사가 밝힌 삼동윤리의 동원도리(동원도리)의 이도 영지의 의미이다.

이는 소태산대종사가 대각을 이룬 뒤 천도교의 경전에 있는 "오유영부기명선약기형태극우형궁궁(吾有靈符 其名仙藥 其形太極 又形弓弓)"이라한 글귀와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곧 궁궁의 무극과 태극을 신령한 부적(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본성은 하늘의 속성과 똑 같다는 의미)으로 본 점이 같다.

〈대종경〉 변의품 29장에 '궁을가'에 대한 설명이 있고 무극 태극을 도덕의 본원인 청정 일원상과 같다고 하였다.

또한 '일원의 진리장' 85장에는 '법신 보신 화신은 누가 말하였는지 모르나 좀 답답하다. 영·기·질이라 하면 쉽지 않느냐?"라고 하였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