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불교도 인구는 약 300만명, 개인적 수행인과 불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약 3000만명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은화 동국대 불교대학 강사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 이민불교의 세력은 점차 위축되고, 비종파적 친서양식 불교수행 단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미국 내 불교 동향이 원불교 해외교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긍정적 측면으로 보면 불교와 명상수행이 미국인에게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된 점이다. 또한 불교로 개종하는 미국인 대다수는 유럽계 미국인으로 높은 교육수준의 진보적 성향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들은 불교를 개인 '영적성장'의 도구이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기독교가 답하지 못하는 대안적 가치관으로써의 불교의 역할에 주목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사항이 있다. 우선 이러한 사람들 중 대부분이 선불교, 위빠사나 명상, 티벳불교를 경험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원불교는 낯선 불교, 소수 불교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소태산이 남긴 보편적 진리관과 합리적인 교리, 실천적 개벽정신이 사회문제의 답이 될 수 있다는 데 희망이 있지만 염려되는 바는 100년 역사 속에 만들어진 전통과 관습이 교법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원달마센터에서는 긴급회의가 있었다. 내용은 젊고 유능한 2명의 현지인 교도가 한 달 이상 방문을 끊었다가 다시 찾아와서 원불교와의 인연을 끊겠다고 한 것이다. 이유는 원불교가 성적소수자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서 커밍아웃을 한 교도들이 적지 않고, 이들이 지역 내 영향력이 있어서 지역교화에도 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간의 친분으로 큰 타격은 없었지만 종종 마주하게 될 상황임은 틀림없다.

흔히 '교법'이 좋아서 교화를 걱정할 것이 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해외 교화현장에서는 '교법'은 좋지만 교리로 해석할 수 없는 관습과 제도로 인해 절벽과 같은 난감함에 서게 될 때가 있다.

미국에서 원불교 100년은 대 전환기를 맞이했다. 초창기 교역자와 이민1세대 교도들이 혈심혈성으로 일궈온 교당들이 이제 겨우 자립단계에 들어섰고, 미국 현실에 맞는 교화정책을 담당할 미주총부법인이 세워졌다. 교화현장 대부분 1세대는 노령화되고, 2세대들은 교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 세대와 현지인 교화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세워야 할 때가 도래했다. 새로운 교화모델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이해시키고 가르치는 교화로는 어렵다.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 교화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제는 '현지인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언어와 문화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들만의 문화를 '필(feel)'로 느끼는 재가 출가교역자가 절실하다.

그러면 현지인 인재양성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현재 출가교역자에게 주어지는 최저임금으로는 전무출신의 삶을 요구할 수 없다. 이들에게 원불교 교리정신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해 주고, 체계화된 인증절차를 거친 뒤, 각자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는 독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화·교육·사업정책이 복합적으로 논의되고 실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재가교역자 제도 역시 시급하게 정리돼야 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하는지 그것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

100년 전 원불교는 한국사회에 편만했던 차별제도를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그로 인해 수많은 여성교역자이 배출되었고, 그들의 활발한 활동이 교단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소태산의 개벽정신으로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태산의 개벽정신을 미국땅에 뿌리 내리게 하는 출발점이며,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이 될 것이다.

<미주총부법인 원다르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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