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잘사는 낙원세상' 위해 일조하고파

인권학교 통해 교단차원 인권의식 제고
5월, '인권숲 인권콘서트' 공동주관
교단의 외연 넓혀야 한다는 생각

"변호사라는 직업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사명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보니 최근에는 변호사가 전문비지니스로 분류돼, 돈 버는 수단 내지 직업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여전히 변호사는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원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류문수(법명 범규)변호사. 그에게 '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은 남다르다거나 특별함이 아니다.

"인권변호사는 별도로 있는 게 아니고 어떤 계기가 있을 때, 그러니까 인권관련 사건을 담당했을 때 열심히 도와주다 보면 인권변호사가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노무현 대통령도 부림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아닌가요?" 그는 누구나 인권변호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누구나 인권변호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이를 '시절인연'으로 설명했다. 이내 시절인연의 주체는 변호사 자신의 '심법'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원불교인권위원회(이하 원불교인권위)활동으로 이어졌다. "원불교인권위는 정상덕 교무와 이경우 변호사가 주축이 돼 결성했습니다. 그리고 명망 있는 재가 출가교도 중, 김현 교무와 이흥기 변호사를 공동대표로 모셨습니다. 지금도 이와 같은 큰 틀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후 원불교인권위는 청소년인권에 관심을 갖고, 한겨레중·고, 헌산중, 휘경여중·고 등에서 인권강의를 시작했다. 재가 출가교도를 대상으로 인권학교를 열어 인권에 대한 교단차원의 인식을 제고하고, 인권침해를 우려해 원티스의 교도관리 강화를 제언하기도 했다.

원불교인권위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비롯, 4대 종단 인권위와 수시로 연대해 다양한 인권관련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연대 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인권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법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유감임을 전하는 그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원불교인권위는 5월16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인권숲 인권콘서트'를 공동주관한다. 원광대법과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후원하는 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그는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사실 원불교법조인들의 의지와 열정만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지속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교단 내에서 인권위를 만든 것은 대단히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 의지와는 다르게 경제적 어려움과 전문 활동가의 부족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없는 것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는 원불교인권위 활동이 재정적, 조직적 어려움으로 인해 많이 위축됐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는 사회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1년에 1500명씩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규모가 되지 않아 젊은 변호사들이 활로를 개척하기가 힘이 듭니다. 전문직 종사자를 포함해 사회전반에 일자리 찾기가 너무나 어려운 현실입니다."

20여 년, 개인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그가 생각하는 '변호사로서의 가치기준'이 궁금했다. "역지사지하면서 '더불어 잘사는 낙원세상'을 만드는 데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변호사로서 직분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불교 군종장교편입 성과에 일조한 일, 간호사관학교 폐지를 저지했던 일, 유죄판결을 받았던 피고인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게 했던 일 등은 '더불어 잘사는 낙원세상'을 위해 그가 자신의 당처에서 실천할 수 있는, 그만의 가치기준인 것이다.

그는 50여 명의 원불교법조인들이 다시 구심점을 찾아 활발한 모임을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교단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출가 교역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 원불교 100년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좀 더 활발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젊은 원불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단의 조직과 행정에서 기성종교의 단점들이 나타나는 것을 염려하는 그는 교도들이 다방면에서 함께 활동하는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더불어, 군종장교 증원과 함께 군 교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공부와 사업 중에 가장 큰 고비, 나마저 놓아버린 상없는 세계~' 법문공양을 들으면서 일상에 힘을 얻는다는 그가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성가를 들려줬다. 먼 길 찾아온 취재진에게 그가 전한 특별한 선물,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오래도록 그의 '상없는' 기운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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