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들
새 회상과 인연맺도록
기도하는 마음

예비교무시절 스승님 방 한쪽에 내 작은 사진이 붙어있었다. 스승님은 내가 대종사님을 찾아왔다는 그 사실에 기뻐서 날마다 사진을 보며 내 이름을 불러 주시고 법신불사은께 훌륭한 교무가 되라 기도해주셨다. 그 기도는 지금의 나에게 또 다른 실천이 되고 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면 다음날부터 그분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부르며 기도한다.

100년 성업을 준비하는 엄숙한 하루하루의 발걸음 속에서 1년 전 세월호 사건은 큰 아픔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던 속절없는 답답함과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 갇힌 선실에서 발버둥 치며 죽어간 착한 생령의 처절한 아비규환이 떠올라 괴롭다.

종교의 양심은 가녀린 생명에 연민을 나투는 것이 아닐까. 대종사께서는 그 연민과 자비를 사람을 넘어 천하만물 모두에게 하라고 하신다. 일체생명을 크고 한없는 낙원으로 인도하려는 것이 원불교를 연 동기이며 우리 교도의 사명이기도하다.

그 순수의 생명에는 정치도 이념도 너와 나도 넘어선다. 진실을 밝히고 한줄기 빛을 전하는 천도의식에는 과거의 업도 따질 것 없다. 오직 하나되는 정성만이 그 분들께 전달될 것이다.

성업 5대 지표 가운데 하나가 대자비교단이다.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신영복 선생은 비가 오거든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 동행의 참뜻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4월16일, 교단 곳곳에서는 희생 영령들을 위한 추모행사가 이뤄졌다. 재가 출가교도들은 오전8시 팽목항을 찾아 황망하게 희생된 304위 영령들을 위한 위령재를 올려 완전한 해탈천도를 기원했다. 광주전남교구는 희생된 영령들을 위해 원기102년까지 3년 동안 팽목항에서 위령재를 올릴 계획이다. 또한 방파제 길을 따라 '희망으로 오소서'라는 메시지 띠를 제작해 304개의 종과 함께 걸어 두었다. 시대의 아픔을 잊지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매주 목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은 4월9일 중앙총부 영모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령들을 위한 특별천도재' 초재식을 시작으로 진도 팽목항까지 기억순례에 나섰다.

낙원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대참회, 대해원의 길을 세월호의 상처가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이 땅을 밟으며 가슴으로 보듬어 안고 함께 길을 걷기로 했다는 이들은 이를 '세월호 기억순례'라 이름했다.

익산-전주-김제-부안-고창-영광-광주-나주-목포-진도 팽목항으로 이어진 도보 순례를 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완전한 해탈천도와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 선체인양을 통한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8일 간의 녹록치 않은 기억순례를 마친 이들은, 이전에도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유가족들을 위해 '따순 밥 한끼'를 20여 차례 공양해 왔다. 사회 일각, 반목의 시선이 오히려 더 가슴 아플 세월호 유가족들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며, 아픔을 나누고 있는 이들의 동포은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오늘 나는 세월호 희생자 304 위의 사진을 보며 그 이름을 부른다. 십여 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도의 시간 속에 공포에 질려 숨져간 이들의 놀란 영혼을 안고 물 속을 떠도는 시신을 꺼내 엄마, 아빠에게 손잡게 하고 아직도 저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함께 되어 눈물이 흐른다.

원불교 100년 성업의 기도명단에 이분들을 새기고 싶은 나의 염원은 한 분에 만원씩의 성금으로 새 회상과 인연을 맺도록 해 주었다. 이제 이 분들은 원불교100년성업의 그 역사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 교도들께 도움을 청하고 싶은 것은 한 가족에 세월호 유족 한 분과 결연을 맺어 평생의 식구로 함께 기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영령의 해탈천도를 염원하는 이 아침, 팽목항 바다 속에도 봄볕이 들었으면 좋겠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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