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햇빛으로 실지불공

▲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공부한 다종교인들은 고대지혜의 원전인 종교가 생명을 가치 있게 여기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나리 진달래가 진 자리에 모과꽃, 복사꽃이 한창인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 평창으로 길을 달린다. '바쁘다'며 눈 한번 맞추지 못했던 산하대지는 연방 초록을 빚어낸다. 시간 맞추기 어렵다는 핑계로 타고 가는 자동차는 인간의 욕망을 대신해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천지자연은 산소를 내어준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워크숍' 가는 길에 나는 또 얼마나 탄소발자국을 만들고 있는지 욕망 앞에, 자연 앞에 뒤늦게 부끄럽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이제 막 피어나려는 꽃망울들과 박새의 지저귐으로 쌀쌀한 아침을 맞는다. 오대산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월정사를 소개하는 두엄스님의 옷차림은 아직 초겨울이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방글라데시에서 온 손님들은 한겨울 외투를 두르고 경내투어를 나왔다. 헝가리에서 온 사내는 맨발인 채로 경내를 돌아본다. 잠시라도 문명을 벗어 던진 문명인의 모습이었다. 천지자연이 매순간 피워내는 평화 앞에 우린 '쉼'을 얻는다.

'기후변화 A to Z 워크숍'은 말그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이다.

2013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제1회 기후변화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를 받아 안은 한국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지난 2년여 동안 '기후변화 워킹그룹'을 만들고 '기후변화 대응 아시아시민사회 컨퍼런스 한국조직위원회'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국제개발로 맺었던 인맥을 총 동원해 26여 개국에서 60여 명의 세계인들이 입국했다.

4월29일~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명동성당에서 열린 본 행사의 컨퍼런스를 앞두고 열린 사전워크숍과 스터디투어는 본 행사를 더욱 깊이있게 하기 위한 선행학습이었다. 선행학습은 영주 내성천-월성 핵발전소-경주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등을 돌며 생명파괴의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는 것을 포함한다.

자연재해, 예정된 경고

지난해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면 열대와 온대지역에서 밀, 쌀, 옥수수 생산량이 최대 25% 감소해 2050년까지 식량가격이 30~84%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 세계은행총재도 10년 내 기후변화에 따른 물과 식량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의 식량자급율은 2012년 기준 23%이고 쌀을 제외하면 5%이다. 쌀은 내년부터 개방되고 가공식품의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서 국산 재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이렇게 나의 먹거리와 생존에 이미 결정적이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 250만명 이상이 자연재해로 사망하였고 피해금액은 약 4000조원으로 추정된다. 자연재해 중 약 3/4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현상 피해였다. 특히 방재능력이 없는 가난한 나라의 주민들의 빈곤을 심화시키고 있다. 4월25일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를 강타한 지진은 수천명의 목숨을 거두어 갔고, 네팔 국민들의 빈곤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국은 지난 100년간 평균온도가 섭씨 1.7도 올라 세계평균 0.85도 보다 2배 이상 상승했고, 해수면은 22cm상승해 세계평균 8cm 에 비해 4배정도 상승했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 기후변화 컨퍼런스를 위해 한국에 온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후변화관련 종교분과책임자인 나이절 크로홀(Nigel Crawhall)박사는 해양산성화로 인해 우리식탁은 어패류를 잃게 되고 인간의 삶은 더욱 피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1위, 한국

황사와 미세먼지주의보, 그리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회색도시는 봄날의 흔한 풍경이다.

석탄화력발전은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와 온실가스 문제의 주범이다. 중국에서는 매년 약 26만명이, 인도에서는 매년 8만명이, 미국은 1만여 명, 유럽은 2만여 명이 석탄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조기사망 한다. 그린피스와 하버드대학교의 공동 연구결과에서 한국은 2014년 기준 1600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 피해를 입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대기오염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현재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4위 석탄수입국이다.

OECD 34개 국가 중 2014년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은 128%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53기(26GW)를 가동하는 것도 모자라 2021년까지 24기(21GW)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2021년이 되면 한국은 총 77기(48GW)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방독면을 쓴 일상. 방독면을 쓴 일가족의 나들이, 방독면을 쓴 연인들의 데이트, 이 얼마나 끔찍한 일상인가. 석탄과 우라늄으로 만들어진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는 안전과 생명을 점점 옥죄어 오고 있다.

▲ 기후변화에 대한 것을 공부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인 기후변화 A to Z 워크숍이 열렸다.


세계 기후위기와 적절한 대체에너지 촉진을 위한 다종교선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는 제5차 기후환경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의 활동때문일 가능성을 95%로 보았다. 지난 60년간 지구온난화 영향의 절반이상이 인간의 활동에서 유발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의 부스럼이라는 말이 한낱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평화와 쉼의 공간을 내어준 월정사에서 1박2일동안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공부한 지구의 다종교인들은 선언문을 하나 내놓았다. 이 선언문은 기후변화 문제의 근원적인 위기는 양심과 윤리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고대지혜의 원전이고 가장 심오한 가치관의 보고인 종교가 생명을 가치 있게 여기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 말미에 "종교는 대체에너지를 장려하고 화석연료의 종식을 긴급하게 촉구하며 교회, 절, 사원, 학교들의 모범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치 '원불교 100년, 100개 햇빛교당으로 천지보은'사업을 연상시키는 선언문이지 싶다.

'원불교 100년 무엇을 할것인가?'라는 질문에 햇빛교당으로 천지보은하자고 적극 답하자. 그것이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실지불공이다.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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