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활판인쇄, 그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문을 연 '출판도시 활판공방'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종주국으로써의 자긍심을 살려, 사라져가는 금속활자의 하나인 납 활자 인쇄 출판문화를 부활하고자 설립됐다. 국내 유일의 활판공방으로 '활판으로 세상을 담다'라는 자부심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활판인쇄술은 디지털 오프셋인쇄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이제 오프셋인쇄도 전자책의 등장으로 서서히 자리를 내주어야 할 판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자책(e-book) 홍보영상 소개를 들어보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치를 담는 그릇이 변할 뿐이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종이를 넘어 더욱 진화합니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책을 볼 수 있고 확대하거나 내용에 대해 서로 소통합니다. 하지만 책의 본질은 잊지 않았습니다. 감동 그 자체를 전달합니다. 전자책은 문화융성시대를 열어갑니다."

현대의 출판문화가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 교단의 출판문화의 현주소를 한번 되짚어 보자.

원불교출판사는 원기52년 교단의 교서·교재 및 각종 출판물들을 발행·보급함으로써 원불교의 이념과 교리를 널리 선양하는 동시에 일원문화 창달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설립초기 원광사에 소속되어 출판 업무를 담당하다 원광사와 병합 또는 별립을 거듭하다 원기75년 독립했다. 그동안 중요사업 및 활동을 살펴보면 직영 서점과 서울 종로와 서울회관의 서점을 운영했다. 현재는 인터넷을 통한 통신판매업과 자회사로 도서출판 동남풍과 원광보건대 서점을 운영 중이다.

원불교 출판문화의 개척의 선두에서 각종 교리 교재와 다양한 교양서를 보급하여 교도들의 신앙 수행에 도움을 주었고, 교화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교단 역사의 과정에서 출판된 각종 출판물을 보관하여 사료적 가치와 기록물 보존의 역할을 수행했다. 원불교출판사가 교단 내의 출판기관이라면 도서출판 동남풍은 원불교 관련서적 및 교양서를 대사회적으로 출간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불교 출판문화가 가진 대사회적 기여도는 무엇일까.

첫째 원불교 전문서적을 출간해 대내외적으로 명실상부한 출판기관의 명성을 얻고 있다. 또한 도서출판 동남풍을 설립하여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둘째 서점을 직영하여 원불교 전문 서적의 보급 메카로 교구 교화용품 보급소에 도서를 공급하고, 대외적으로 교보문고와 알라딘, 기타 서점에 원불교 도서류를 보급하고 있다. 셋째 매년 원불교 정서를 담은 달력과 수첩을 제작하여 교도들의 교화와 일반사회에 원불교 홍보 및 간접교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 넷째 군 교화를 목적으로 원불교 관련 도서 책보내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다섯째 원불교 일원문화의 창달과 선도에 앞장서고 있다.

원불교출판사는 출판기관의 양대 기관인 원광사와 더불어 출판문화를 선도해 왔다. 오늘날의 현실은 인쇄문화의 다각적인 변화와 출판문화 시장의 확대로 출판기획에서부터 편집, 제작, 마케팅까지 관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광사에서 분립한 지 30여 년 동안 출판문화의 개척과 자립형성기를 거쳤지만 여전히 영세성과 출판문화의 본연 업무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출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직영서점이 교단의 정책에 따라 기념품센터에 병합됐다. 출판사 운영의 축이었던 서점을 넘겨주고 집필, 편집의 본연업무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출판사는 책을 발간해 납품만 하는 체제로 변한 것이다. 이에 출판 기획의 조직화와 교서·교재 편찬과 각종 출판물의 집필진을 꾸리고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밝힌 활판인쇄와 오프셋인쇄에 이어 전자출판이 미래 출판문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하지만 책을 통한 세대 공감과 책을 통한 소통과 감성이 있는 한 전자책에게 온통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원불교출판사는 미래 출판문화의 변화하는 추이에 발맞춰 전자출판의 개발과 인쇄출판의 문화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원불교출판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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