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개벽의 주세성자인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는 팔인제자와 함께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드는 방언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쳐서 새 회상 창업의 경제적 기초를 세웠다. 이어서 한 일은 새 회상 창립의 정신적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기도운동이었다. 당시 한반도에는 일제의 압정에서 조선의 독립을 요청하는 만세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기미년 만세 운동 때 대종사는 "개벽을 재촉하는 상두 소리니 바쁘다 어서 방언 마치고 기도 드리자"고 아홉제자들에게 말씀했다. 〈정산종사법어〉 국운편 3장.

앞으로 세상은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되는 반면에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은 날로 쇠약하여, 사람들이 오히려 물질의 노예 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정신의 힘을 갖추어서 물질문명을 선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정신의 힘을 갖출 수 있도록 정법으로 교화하는 참다운 종교가 세상에 서야 함을 자각한 소태산 대종사는 후천개벽의 주세회상의 창립을 진리계, 그러니까 허공법계로부터 인증을 받는 천지공사를 단행하게 된다.

그 천지공사가 바로 법인기도요, 그 결과가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異蹟)으로 증명된 법인성사(法認聖事)이다.

기도는 원기4년(1919) 음력 3월 26일에 시작하여, 열흘에 한번씩 6일, 16일, 26일에 길룡리를 둘러싼 구인기도봉에서 천지신명을 향해 올리게 된다. 기도 당일 오후 8시 구간도실에 모여 대종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후 오후 9시에 기도봉을 향해 출발해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기도를 올렸다. 구인단원이 모두 시계를 가지고 있어서 기도의 시작과 마침을 정확히 한 점이 특별하다.

대종사, 법인기도를 명하고 <성계명시독(誠誡明示讀)>이란 책을 통해 구인단원이 10일 동안 생활한 마음을 조사하여 그 신성 여부와 실행 정도를 청·홍·흑점으로 조사하였는데, 정산종사는 모두 최고점인 청점뿐이었다고 한다.

음력 7월 16일에 이르러 대종사는 구인단원이 정성으로 기도를 올려 왔으나, 천지를 움직이기에는 미진함을 느끼고 구인이 모두 창생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결사(決死)를 요구했다.

이에 구인제자는 스승의 명에 따라 열흘 후 기도날에 자결하기로 작정하고 단도(短刀) 하나씩을 준비한다.

드디어 7월 26일(양력 8월 21일) 당일이 되어 9인이 일제히 도실에 모여드는데,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얼굴에 공포감이 없고 희색이 가득한지라, 대종사 의아하여 그 연유를 물었다. 이에 구인이 한결같이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고야 마는데, 시방 세계 모든 창생의 구원을 위한 기도의 성취를 위해 죽게 되니 그 감회를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산종사는 구인을 대표하여 "저희들은 이대로 기쁘게 가오나 남으신 대종사께서 혹 저희들의 이 일로 하여 추호라도 괴로우실 일이 없으시기를 비나이다"고 사뢰었다. 〈정산종사 법어〉 기연편 3장.

대종사, 구인단원의 순일한 마음을 받아들여 청수상 위에 갖고 온 단도를 올려놓고 '사무여한(死無餘恨)'이란 최후증서를 써서 각각 백지장(白指章, 맨손가락도장)을 찍게 했다. 이 어인 일이란 말인가? 대종사 최후증서를 바라보는데, 백지장마다 선명한 혈인(血印)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신묘하고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에 대종사, 기도 후 자결을 하려던 제자들에게 죽지 말고, 죽은 폭 잡고 세상과 창생을 위해 무아봉공(無我奉公)할 것을 당부하니, 이가 곧 새회상 원불교의 법인성사이다.

<원불교신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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