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아침저녁으로 전 생령과 생물을 위해
기도를 올리면 마음도 어느덧 커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천지는 하늘과 땅만이 아닌 우주 만물과 그 이치까지를 일컫는다. 우주의 끝은 수행자이건 과학자이건 끝을 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데 기반하여 한량없음에 무게 중심을 둔다. 언제 생겼고 언제 멸하는가도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 크기를 알 수 없을 만큼, 한량이 없다는 것은 생겨남도 멸함도 모를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것을 역으로 정리하자면 우주는 한량이 없고 생겨남도 멸함도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우주가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로 즉자태(卽自態)라는 말을 써왔다. 다만 우주 안에서 별들이 항구한 세월을 거쳐 생겨나고 사라질 뿐이다.

인간이 우주의 광대무량함을 느끼고 아는 것은 시공으로 존재하는 것에 국한된다. 일반적인 사람으로서의 조건으로는 시공을 초월한 차원의 깊이와 파장과 중력에 따른 밀도에 대해 인지하기 어렵다. 시공을 초월한 영혼에 대해서 조금 인지하는 정도다. 영혼이 사람에 깃들면 마음이라 부르는데 이 마음에 대해 이해하고 또 영혼의 참된 실체에 대해서도 어림잡아 아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마음에 대해 관찰하고 느끼는 데 공들인 사람은 조금 알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 대다수는 사람에 깃든 영혼도 육신이 수명을 다하면 함께 없어진다고 여긴다. 영혼의 실체를 알려면 차원을 달리하여 인지하는 수밖에 없는데 수행자는 마음을 닦아 자성에 들어 깊은 차원의 인식 세계가 열려서 안다. 이 역시도 제대로 아는 수행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있다 해도 기부림에 의지해서 아주 작게 열리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영혼은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로서 동물의 몸에 깃들어 존재하기도 하지만 육신을 벗어난 영혼의 본질은 태어나거나 죽지 않는다. 다만 힘과 빛을 잃어 약하고 탁해지면 먼지처럼 우주를 떠돌 뿐이다. 그러나 힘과 지혜가 있으면 우주를 움직일 수도 있다. 이렇듯 영혼은 우주의 수명과 같이 해 오는 것처럼 나이뿐 아니라 의식을 확장하거나 내면 깊이 깃들면 우주와 하나가 되어 존재한다.

영혼은 빛보다 빠르지만 생각에 갇히거나 틔우지 못하면 조금도 옴짝달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과 힘을 키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간의 밀도가 높은 인간 세상에서 수행하려고 한다.

인간 세상은 영혼의 세상보다 마음을 유용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다. 영적으로 아주 높은 존재와 낮은 존재가 한데 어울려 살아가며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열어 수행하면 의식을 한껏 틔울 수 있다. 나아가 광대 무량한 우주 천지를 벗삼아 마음을 키워가면 진리와 하나가 되어 진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처음으로 마음을 키우고 습관을 들이는 데에 조석심고만큼 좋은 게 드물다. 필자도 수행 초기부터 조석으로 만물을 실어주는 땅마음이 되고 만물을 덮어주는 하늘 마음이 되어달라고 10년간을 기도를 올리니 미운 사람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어느덧 전 생령과 생물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성주 삼동연수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