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성현과 성자들이 이 땅에 출현하여 훌륭한 가르침으로 대중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그 모습을 기억하는 제자들에 의해 구전되어 전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문자와 문서로 기록되지 못한 종교는 더 이상 가르침이 전해지지 못한다. 성자의 가르침을 문자로 모은 것을 경전(經典)이라 이름 한다.

경전은 종교의 근본이 되는 성전으로 성현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곧 삶의 지혜를 밝혀주고 인생의 정로를 열어주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는 인도 브라만교의 〈베다〉가 있고, 〈불경〉, 〈성경〉, 이슬람 〈코란〉 등이 전해지고 있다. 성현의 모습을 좀 더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제자들은 경전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것을 결집(結集)이라고 한다. 예수와 석가모니가 열반 후 제자들은 그 분들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며 경전을 만들었다.

그에 반해 원불교의 〈정전〉은 교조가 직접 편수하였다는 점에서 종교학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대종사 대각을 이루신 후 모든 종교의 경전을 두루 열람하시다가 금강경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중략) 나의 연원을 부처님에게 정하노라."(〈대종경〉 서품2장)

대종사가 열람한 경전들은 유교의 〈사서〉와 〈소학〉, 불교의 〈금강경〉, 고봉원묘의 〈선요〉, 한용운의 〈불교대전〉, 〈팔상록〉, 도교의 〈음부경〉, 〈옥추경〉, 동학의 〈동경대전〉 및 〈가사〉, 기독교의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등이다. 유·불·도 경전은 물론 동·서양의 경전까지 열람했다. 이는 후에 유불도 삼교를 통합 활용하고 진리적 종교 신앙과 사실적 도덕 훈련을 목적하는 교법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종사가 열반하고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은 〈원불교전서〉 속에 남아 있다. 원불교 교서 결집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처음의 가르침을 잊지 않도록 하자.

원불교의 초기교서는 원기12년에 발행된 〈수양연구요론〉이다. 이미 원기5년 변산에서 사은사요·삼학팔조의 교리강령이 발표되고, 원기9년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통해서 〈불법연구회규약〉, 〈창립취지서〉 등의 필사본이 나왔으나 정식으로 인쇄된 초기교서가 이때이다. 이는 교단의 경전 집결에 있어 큰 의미를 차지한다. 회상이 커지고 구전으로의 전법에서 문자와 문서를 통한 교서의 교화로 변화된 것이다. 더욱 많은 대중이 교법을 전해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원기17년 〈육대요령〉과 대종사 열반 후의 〈불교정전〉, 원기47년 〈대종경〉 편찬과 함께 지금의 〈원불교전서〉의 완성까지 교서결집의 큰 흐름이 나타나게 된다.

그 시작이 〈육대요령〉이다. 〈불교정전〉이 나오기 전까지 11년간 기본경전으로 사용됐고 사은사요·삼학팔조, 계문, 솔성요론, 최초법어 등 기본교리의 골격을 갖추었으며 교리도가 처음 등장했다. 인생의 요도와 공부의 요도, 훈련법, 학력고시, 학위등급, 사업고시장 등의 6장으로 구성됐다. 큰 특징은 총론(개교의 동기)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김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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