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가 동쪽으로 온 뜻은 무엇인가

통고경(洞古經)과 대통경(大洞經)의 통자는 물 수 변에 한 가지 동자를 쓴다. 물은 만물을 통하게 하고 살려내는 생명이다. 맑은 물 기운이 없으면 통하지 못하고 죽는다. 몸에 맑은 물 기운을 기르고 마음에 밝은 빛이 나게 하면 만사 만리를 통하는 지혜가 나타난다는 수행의 원리이다.

有動之動은 出於不動하고 有爲之爲는 出於無爲하나니 無爲則神(本性)歸하고 神歸則萬物云寂이라 不動則氣泯하고 泯則萬物無生하나니 神神相守하고 物物相資하야 厥本其根이라 黙而悟之하면 我自識之하고 入乎無間하면 不死不生하야 與天地爲一이니라

동함이 있는 동은 동함이 없는 데서 나오고, 함이 있는 함은 함이 없는 데서 나온다. 함이 없으면 신이 돌아가고 신이 돌아가면 만물이 고요하다. 동하지 않으면 기가 가라앉고 기가 가라앉으면 만물이 생긴다. 신과 신이 서로 지키고 물과 물이 서로 도와서 그 근본이 뿌리에 돌아간다. 묵묵히 관조하여 이를 깨달으면 내가 스스로 알아 사이가 없는 데에 들어 죽음도 없고 생도 없어서 천지와 더불어 하나가 된다.

〈영보국정정편〉에서 밝힌 노자의 귀근정(歸根靜)과 맹자의 존야기(存夜氣)와 같다.

정산종사는 천지와 더불어 하나 되는 도를 '영주'에서 '천지여아동일체(天地與我同一體) 아여천지동심정(我與天地同心正)'라 했다. 천지와 내가 하나 되는 경지는 마음에 욕심(탐욕)이 없는 경지다. 소태산 대종사도 마음에 사심이 없으면 천지를 소유한다고 했다. 천지와 부모와 동포와 법률과 통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忘於目則光溢無極하고 泯於耳則心識常淵하나니 兩機俱忘하여 絶衆妙之門이라 純純全全合乎大方하여 溟溟涬涬하야 合乎無綸하나니 天地之大는 我之所維요 萬物之衆이 我之所持니 曷有窮終以語其弊哉아

눈앞에 것을 잊어버리면 광명이 끝없이 넘치고, 귀로 듣는 것을 잠기게 하면 마음과 의식이 항상 심연하다. 두 기미를 함께 잊어 모든 묘한 문을 끊어버리면 순수하고 순수하고 온전하고 온전하여 대와 소에 합하여 아득히 깊어서 끝없는 데에 합한다. 천지의 큼을 내가 가지는 바요, 만물의 무리를 내가 가지게 되는 것이니, 어찌 궁극의 마침이 있으며, 말로써 그것을 폐하겠는가.

養其無相相故로 常存이요 守其無體體故로 全眞이라 全眞相濟면 可以長久하니 天得其眞故長이요 地得其眞故久요 人得其眞故壽하나니 世人所以不能長久者는 爲喪其無相하고 散其無體하야 不能使百骸九竅 與眞體 並存 故로 死矣니라

그 상없는 상을 기르기 때문에 항상 보존하고, 그 체 없는 체를 지키기 때문에 모두가 참된다. 전부가 참되어 서로 가지런하면 장구한다. 하늘이 그 참을 얻었기에 길고, 땅이 참을 얻었기에 오래가며 사람이 그 참을 얻었기에 오래 산다.

세상 사람들이 장구할 수 없는 까닭은 무상을 잃고 그 무체를 흩어서 백해와 아홉 구멍으로 하여금 진체와 더불어 아울러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죽는다.

정산종사는 무상의 상(공적영지의 자성 광명)을 굳게 온전히 하라(無相相固全)고 하였다. 참은 청정심으로 공적영지의 광명이 곧 우주만유를 관통한 한 신령한 진리다. 이 참이 일원상 진리이다. 참이라야 장구하다.
<대통경大洞經>

先天而生호대 生而無形하고 後天而存호대 存而無體라 然而無體나 未嘗存也 故曰不可思議로다 靜爲之性이나 心在其中이요 動爲之心이나 性在其中矣로다 心生性滅하고 心滅性現하나니 性現則如空無相하야 湛然圓滿이라 大道는 無相故로 內其攝於有하고 眞性은 無爲故로 外不生其心하나니 如如自然하야 廣無邊際로다 對境忘境하니 不沈於六賊之魔하고 居塵出塵하니 不落於萬緣之化로다 致靜不動하고 致和不遷하면 慧照十方하야 虛變無爲하리라

하늘보다 먼저 생겼으니 생하여도 형상이 없고, 하늘보다 뒤에 존재하나 존재하여도 체가 없다. 그러나 체가 없어 일찍이 보존됨이 없다. 그러므로 불가사의하다. 고요함이 성품이 되니 마음이 그 가운데 있다. 동하면 마음이 되니 성품이 그 가운데 있다. 마음이 생기면 성품이 사라지고, 마음이 사라지면 성품이 나타난다. 빈 것 같아 형상이 없고 깊고 고요하여 원만하다. 큰 도는 상이 없기 때문에 안으로 유에 총섭 되지 않고, 참 성품은 함이 없으므로 밖으로 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여여이 자연하여 넓어 끝이 없다. 경계를 대하여도 경계를 잊으면 육적의 마귀에 빠지지 않는다. 진세에 살아도 진세에 벗어나니 온갖 인연의 변화에 떨어지지 않는다. 정에 이르러 동하지 않고 화에 이르러 옮기지 않으면 지혜가 시방을 비추고 공허하게 변화하여 함이 없다.

달마가 동쪽에 온 뜻이 무엇인가. 불법이 유도와 선도를 만나야 불법이 참으로 드러나기 때문이었으리라 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불법을 주체로 모든 종교의 교화 방편을 통합 활용하였다(〈대종경〉 교의품 1장). 견성, 양성, 솔성 하는 법이 불가, 유가, 도가에서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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