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시대는 대 혼돈기로 인류와 일체생령의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혼돈과 불안은 인간이 만든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천지 기운과 나의 기운이 하나가 되고 모두의 마음이 하늘마음이 되는, 천지가 내가 되고 내가 곧 천지가 되는 일원의 세상을 맞이해야 한다.

정산종사께서 밝혀주신 삼동윤리 사상 아래 '한울안 한이치에 한집안 한권속이 한일터 한 일꾼'의 일원세계를 건설하도록 우리 원불교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내 가족부터 일원가족으로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 된다면 종교 간의 반목이 사라질 테니 세계 평화를 꿈꾼다면 자기 자신부터 부처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산종사는 세계 평화 3대사업 중 종교연합 운동을 경륜사업으로 삼았다. 우리 교단에서는 오래 전부터 종교연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세계종교인평화회의 (WCRP)를 지원하고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작년 인천에서 ACRP 8차 총회가 개최되어 교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일원상의 진리 아래 세계의 모든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종교란 본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내적 평화를 구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세상을 살피는 데 그 뜻이 있다. 신을 경배하거나 진리를 추구한다면 그에 준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저마다 도덕적으로 부끄러움이 없을 때 낙원세계를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예나 지금이나 종교가 이데올로기의 수단이 되어 극렬한 대립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날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놓고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치룬 십자군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겉으로 보기에는 종교전쟁 같았으나 실제로 이는 종교전쟁이 아니었다. 신의 뜻이라는 미명아래 새로운 영토를 지배하고 싶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야욕이었다. 역사가 그리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세기기 지난 지금까지 그들은 영토를 놓고 지리멸렬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근래 들어 발생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 또한 그 어떤 대의명분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에고이즘의 극치였으니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던 것이다. 폐허로 변한 가자지구에서 인자하고 너그러운 신의 모습을 본 사람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날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IS라 불리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가 막대한 오일달러를 등에 업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잔혹한 테러를 일삼고 있다. 그들의 잔혹한 행동 역시 신을 경외하는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다. 야욕에 눈 먼 극단주의자일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까지 IS의 도구가 되어 테러리스트로 키워지고 있으니,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와 상관없는 서방세계의 일로 여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슬람을 향한 불편한 시각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교도라는 사실이 죄악시되고 있으니 이는 종교전쟁이기에 앞서 인종차별을 의미한다.

내가 해외 주재원으로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깨달은 바에 의하면, 그들에게 종교란 믿음이기에 앞서 삶 그 자체다. 물론 그 믿음이 테러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므로 개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종교가 낳은 모든 대립과 분열은 신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버리고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는 우주의 근본원리인 일원상의 진리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다. 유·불·선 3교의 경전을 비롯하여 그리스도교의 성서 등을 두루 섭렵하고 있으니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한 상생과 화합을 추구한다.

세계인 모두가 원불교의 가르침대로 살아간다면 종교의 갈등과 반목은 없어질 것이다. 원불교 일원대도 진리와 삼동윤리(동원도리·동기연계·동척사업) 사상이 세계의 국가간 종교간 전쟁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라 확신한다.

<잠실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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