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전파로 인해 나라와 국민 전체가 힘들어 하고 있다. 추세는 완화됐지만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망자도 이어진다. 격리자의 숫자도 만만찮다. 국내 관광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 관광객의 입국도 턱없이 줄었다. 크고 작은 대중집회가 취소되고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었는데, 다소간 회복 국면이 보여 다행이다.

대통령은 국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순방마저 미룬 채 연일 메르스 난국 돌파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이 그럴진대, 여타 공직자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메르스 난국에 가장 고통을 겪는 사람은 바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메르스 확진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이름도 생소한 중동에서 날아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불안한 투병생활을 하고 있으며, 환자가 사망하면 24시간내에 화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 아픔과 슬픔을 어이 가늠할 수 있겠는가.

또한 메르스 난국에 고생하는 사람은 의료진들이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방호복을 입고 무더위와 싸우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료인의 사명 완수를 위해 진력을 하고 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의료인 가족들 또한 마음 고통이 심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난국은 초동 대처의 미비로 인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차관이 의사나 약사 등 의료진이 아니라서 전염병에 대한 전문 식견이 없다는 점도 큰 약점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특수한 병원 환경도 병원내 감염의 확산을 조장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전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감염 우려가 있는 격리자(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제대로 잘 관리해야 한다.
격리자들도 사실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병원이나 가정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직무는 물론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장기간 격리되어 있어야 하니 말이다.

지금은 누구를 탓하고 비방할 때가 아니다. 책임을 추궁할 때도 아니다. 우선 눈앞에 불길부터 잡아야 하는 것이다. 메르스 난국을 당하여 공과(功過)가 있는 사람은 난국을 평정한 후에 차분히 시간을 갖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조사를 통해 신상필벌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인류가 살아가자면 질병과 끝없이 싸워야 한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도 날로 진화되어 이를 퇴치하려면 고도의 의료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 의학분야를 경시하지 말고 그 바탕을 튼튼히 하여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잘 보호하는 국가와 대학병원들이 되기를 바란다.

하루라도 빨리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 나라에서 흔적을 감추어 고통받는 국민들이 다같이 평안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가서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극심한 가뭄도 장마가 와서 어서 해갈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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