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암베드카르 연구
'민중 사회참여 이끈 불교개혁가'

지난 10년간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원불교를 연구해 온 비교도 외국인이 있다. 2월 '한국 원불교와 인도 신불교의 사회참여에 관한 비교연구'(영문판)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산토쉬 굽타 박사(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43세)다. 그는 2001년 인도 델리대학 수학시절 우연히 원불교에 대해 듣게 됐고, 그 계기가 지금의 논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불교개혁가로 살다간 두 인물이 민중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갔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더욱이 원불교 교조 소태산(1891~1943)과 인도 신불교 창시자 암베드카르(1891~1956)는 같은 해에 태어나 동시대를 살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민중의 사회참여를 이끈 19세기 불교개혁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소태산은 개벽을 강조하며 종교로서 민중에게 깨침을 주고자 했던 종교지도자였다면, 인도 암베드카르는 힌두교 중심의 차별적 사회구조를 반대하며 불가촉천민들에게 신불교운동을 펼치고자 했던 사회운동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을 통해 원불교의 세 가지 참여운동을 핵심으로 꼽았다. 하나는 불교개혁이다. 그는 "소태산은 깨닫고 난 뒤 민중의 삶 속으로 들어와 함께 공동체생활을 하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기도와 수행을 했다. 성속이나 재가·출가의 차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다음 사회참여를 이끈 개혁가로서의 면모에 대해 "민중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교화단법은 지금 시대에 반영해도 손색이 없는 사회네트워크 형성법이다. 정말 놀라운 제도의 발견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복지를 들었다. 그는 "원불교의 사회복지는 밑에서부터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일찍이 교육사업을 펼쳤다"며 "젊은 사람뿐 아니라 못 배웠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야학을 열어 가르쳤다. 또한 원불교는 외부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자력으로 학교를 세우고, 대안학교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첫 시도했다"며 이를 크게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아쉬워하는 점도 있다. 그는 "논문을 쓰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린 건 원불교에 관한 자료가 너무 없었고, 지도받을 조력자를 일찍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뒤늦게 만나 도움을 받은 원광대학교 박윤철 교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한 외국인들이 원불교를 연구하고자 할 때, 그 지원시스템이 원광대학교 내에 마련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원불교의 정신이 종교가 아닌 대중의 삶 속에서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게 소태산의 창립정신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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