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髮臥病 行子萬里 行子萬里 曷月歸矣 鶴髮抱病 西山日迫 祝手于天 天何漠漠
鶴髮扶病 或起或踣 今尙如此 絶裾何若


백발노인 병들어 누웠건만 / 변방으로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네 / 변방으로 아들 떠나보내지만 /
그 언제 돌아오려나 / 백발의 어머니는 병들어 누워 / 서산에 지는 해처럼 목숨이 다해 가요

두 손 모아 하늘에 빌어 보아도 / 무심한 하늘은 어찌 말이 없는가 /
백발노인 병든 몸으로 일어나더니 / 허둥지둥 일어서다 넘어지고 말았네 /
이리도 어머니가 애타게 찾는데 / 옷자락을 찢고 무정하게 떠나시는가

'노인을 위하여(鶴髮詩)'-정부인 장씨(貞夫人 張氏 1598-1680 조선 중기의 시인)

정부인 장씨의 본관은 안동, 본명은 장계향(桂張香)으로 조선 중기 이후의 요리법인 '음식디미방'을 한글로 지었고, 한시 9편, 편지, '맹호도'를 남겼다.

조선 최고의 문장은 허균의 집안이지만 도학적인 작품은 정부인 장씨의 가족이 뛰어나다.

장계향의 부친 장흥요는 영남 사림의 정통을 이은 성리학자였고, 장계향과 그녀의 아들 이조판서 이현일 모두 시가 출중하였다.

위 시는 장계향이 15살 때 이웃집 아낙의 남편이 노모를 남긴 채 변방으로 수자리 떠나는 비참한 정경을 동정하면서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정부인 안동장씨 실기'에는 임진왜란 때 정계향이 가마솥을 걸고 200여 명의 굶주린 백성들을 구휼하였다고 전한다. 자기들만 챙기는 요즘 명문 세도가들은 후세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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