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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칼럼 18 / 발표 후 육도 체험
■ 마음칼럼 18 / 발표 후 육도 체험
  • 김현욱 교무
  • 승인 2015.07.10
  • 호수 17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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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익산 총부 출가교역자 역량개발교육에 가서 교화상담 사례발표를 했다. 교육에 참석한 분들이 같이 대학교를 다닌 동기, 선후배 교무님들로 시작하기 전부터 교육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나도 오랜만에 정말 반가웠다. 덕분에 깜빡 내가 하려던 발표내용의 주제를 한참 동안이나 놓쳤다.

중간 쉬는 시간에 "친한 동기들이 많아 웃고 떠드느라 별 내용 없이 얘기된다"는 피드백이 왔다. 그 말에 곧장 정신을 차리고 두 번째 시간에는 원래 하려던 주제로 돌아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교화와 상담 그리고 시비이해 속 나의 인생 얘기를 솔직하게 나눴다. 발표가 끝난 후에 다양한 피드백이 들려왔다. 발표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스승님께 문답감정을 얻으니, 스승님은 "만약 피드백이 현욱 교무 발표 잘하더라, 재밌더라, 멋지다만 남는다면 그건 잘못한 것이네. 발표 들은 교무님들이 나도 교법대로 응용해 봐야겠다며 대종사님 법이 남아야 하네." 그리고 "발표를 잘했네. 못했네 하는 말에 속지 말게. 결국은 자네 공부한 것이네"라고 했다.

그런데 사례발표 후 2주나 지난 지금까지도 칭찬의 말보다는 잘못했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좀 더 준비할 걸.'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운 생각도 났다.

대종사께서는 〈정전〉 일원상서원문에서 '심신 작용을 따라 육도(六途)로 변화를 시켜 혹은 진급으로 혹은 강급으로 혹은 은생어해(恩生於害)로 혹은 해생어은(害生於恩)으로 이와 같이 무량 세계를 전개하였나니'라고 밝히셨다.

육도는 심상육도(心上六道), 즉 마음속에 육도가 있는데 천도 인도 축생 수라 아귀 지옥이다. 발표했던 그 순간을 되새기며 칭찬, 비난, 부끄러움 등을 떠올리는 내 마음을 보면, 마음이 바로 천도에서 지옥까지 육도를 오가고 있다.

네 가지 심리적 변화의 구조 또한 마음에 그대로 드러난다. 칭찬에 기뻐하며 자신감을 갖는 진급의 마음, 비난에 억울해 하는 강급의 마음, 비난을 통해 더 잘 준비하려는 공부심을 키우는 은생어해의 마음, 발표할 기회를 준 고마운 마음이 괜히 불러서 발표하러 갔네 하는 원망심으로 변하는 해생어은의 마음이다.

사례를 발표한 것보다, 사례를 발표하고 나서 일어나는 내 마음들이, 스승님의 말씀이 딱 맞구나 싶다. 결국 발표를 잘했네, 잘 못했네, 하는 말보다 실제로 남는 것은 육도와 네 가지 마음 변화를 따라 전개되는 무량세계구나 싶다. '발표'는 내 마음을 공부하는 귀한 시간이 되었고, 지금도 그에 따라 있어지는 내 '심신 작용'을 공부하고 있다. 사실적인 대종사님의 일원상 서원문를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일원상 서원문을 독경으로도 외우지만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고 응용해보는 경험을 하자. 어떤 일을 잘 하든 못하든지 그에 따른 몸과 마음의 작용들을 공부 삼는 것이 원불교 마음공부이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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