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 보는 유물

▲ 죽침(24.6cm, 1930~1940년대 사용).
소태산 대종사가 수면 시 사용했던 유물로서 대나무를 길게 쪼갠 후 살을 휘어서 만든 베게이다.
외형은 원기둥 모형으로 되어 있으며, 양면의 중앙에 동그란 나무를 축으로 두고 대나무 살을 양쪽으로 고정하여 만들었다. 대나무 살은 두께가 일정하고 넓이가 고르며, 현재 유물의 보관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양쪽 옆의 한쪽 면에는 '담양쌍옥당근궤'라는 글과 함께 괴석, 새, 꽃이 그려져 있고, 다른 면을 보면 새, 버드나무, 기와집, 작은 산봉우리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대나무가 유명한 담양지역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으로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유물의 빛깔은 전체적으로 윤기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이 자주 사용하면서 반질반질해진 것으로 본 유물을 사용했던 사람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유물의 형태를 볼 때 어느 한쪽으로 뒤틀어지지 않고 좌우의 대칭과 균형이 맞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을 사용하면서 어느 한쪽에만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질 경우에 모형이 변형될 수 있는데, 본 유물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이 유물을 사용했던 사람은 수면 자세가 매우 반듯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종경 선외록〉을 통해서 소태산 대종사의 수면자세가 반듯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자주 상기가 되었다는 기록을 통해서 시원한 대나무인 이 유물이 유용하게 사용되어졌을 것이라 본다. 일본의 식민통치 속에서 억압과 수탈을 당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때로는 집요한 일본 헌병들로 인해 얼굴이 벌겋게 상기가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렇게 지친 심신을 휴식하며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는 데 사용했던 유물이 일과시간에는 피구마를 사용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는 죽침을 사용하여 서늘한 기운으로 상기된 열을 다스렸을 것이다.

특히 대종사가 열반을 앞두고 밤이 깊도록 경전의 완비를 위한 작업을 계속하면서 짧은 취침시간 속에 최대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사리에 통달하고 제도의 만능을 겸비했던 소태산 대종사는 행정과 훈련, 경전의 편수, 일본의 탄압 속에서 어느 것 하나 교단에 과오가 없도록 일을 처리하는 가운데 때로는 한 인간으로서 고독함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지쳐버린 심신을 홀로 선정에 들어서 안식을 하였을 성자의 모습도 느껴진다.

또한 이제 법계에서 안식하고 있으면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소태산 대종사의 모습을 그려보며, 원불교100년의 서원을 챙겨본다.

<원불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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