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은 풍류의 고장, 문화로 교화 밑거름
무료급식, 다례원, 풍물, 출장법회 “바쁘다 바빠”

영암(靈岩)은 “바위가 신령스럽다.” 산을 보니 붉은 돌산이다. 달이 뜬다는 월출산(月出山)의 붉은 바위가 신령스럽다는 말인데, 영암 시가지는 월출산을 병풍처럼 펼쳐놓은 곳이라 어느 포인트에서든 ‘신령스런 바위’가 조망된다.
영암교당(양재원 교무)도 영암시가지에서 약간 높은 언덕배기에 자리잡고 있어 시야에 들어오는 월출산이 시원스럽고 환하다. 산의 신령스러운 정기가 바로크양식의 교당 탑에 걸린 일원상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고나 할까.

양재원 교무는 “월출산의 바위가 엄청난 기(氣)를 내 뿜고 있어 영암을 가리켜 기의 고장이라 부르고 있고, 군에서 기와 관련된 것들을 장려할 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를 즐긴다”면서 “교당에서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기체조를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암교당은 군에서 지정한 무의탁노인들의 무료급식소이다. 노인들은 교당에 와서 교당에 제공하는 점심밥을 먹는다. 매일 4~50명의 노인들이 교당을 출입하는데, 식사 후에는 일주일에 두 번정도 유명 기(氣)강사로부터 기훈련을 받는다.

지하층의 넓은 식당은 그래서 다용도실이다.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이자 이들의 기체조교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어른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풍물교실이 열리기도 한다. 풍물강사는 최용선 보좌교무로 학창시절 학교의 풍물동아리 ‘동남풍’에서 활동한 관록이 있어 이 분야의 숨은 전문가다. 그는 바쁜 와중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일반인들에게는 일주일에 두 번,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격주로 강좌를 열고 있다. 지하층의 식당 한 켠에 가지런히 쌓여진 장구와 북들이 풍물교실을 위한 도구들이다.

교당 1층에는 생활관과 소법당이 있다. 바깥문쪽 가까이에 있는 소법당은 평상시 다례교실로 운영되기 때문에 방 안에는 차도구가 얹혀진 차상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다례교실은 노인들의 무료급식과 함께 영암교당의 브랜드이다. 1년 과정의 다례교실은 올해 5회째 수강생을 맞고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이 지역에서 유일한 차 교육장소라고 한다.
다례교실의 정식이름은 ‘한국차인회 영암다례원’이다. 교당입구의 대문에 ‘원불교경로식당 무료급식소’라는 간판과 함께 ‘한국차인회 영암다례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다례교실 회원들은 7~8년 전부터 이 지역의 큰 축제인 ‘영암왕인문화축제’행사장에서 무료차실을 열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교당의 브랜드는 봉사와 문화예요. 봉사와 문화로써 교화의 발판을 삼으려고 해요. 무료급식소에 온 사람들이나 문화교실에 온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법당문을 넘나들게 되면 입교도 자연스레 되리라 봐요.”
양 교무의 말이다. 실제로 대법당과 가장 가까운 곳에 차방이 하나 마련되어 있다. 차를 마시며 휴식할 수 있는 방이다. 차방이 대법당 가까이에 있는 이유는 차방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당을 기웃거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배려된 것이다. 차방은 교도들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활짝 개방되어 있다고 한다.
양 교무는 “우리 교당이 원기55년에 창립되어 올해가 33년째인데, 역대 전임 교무들이 차례로 어린이집을 짓고, 교당도 짓고, 무료급식소와 다례원을 만들어 놓으면서 교화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만들어 놓고 갔다”며 “내가 할 일은 교화 잘해서 대법당이 교도들로 넘쳐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당이 대중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우리 법이 알게 모르게 대중들에게 묻어나서 교화로 이어지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라면서도 “교화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교도가족들의 신상을 일일이 파악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축원 행사를 하니까 교도들이 매우 좋아하더라”고 자신만이 갖고 있는 노하우(?)라고 이야기했다.

영암교당은 군소재지의 교당임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이 너무 많다. 법회와 순교 외에도 급식소 운영하랴. 다례원 운영하랴, 풍물교실 운영하랴, 그리고 어린이집까지. 인근의 영보출장법회도 영암교당 몫이다. 양 교무는 일주일 내내 개인시간을 가질 틈이 없이 바쁘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해가 질 때까지 일이 많아서 몸이 ‘동동동’ 떠다니는 기분이란다.

양 교무가 마지막으로 안내해 준 원광어린이집은 교당과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월출산 방향으로 한두어 집 돌아가서 있었다. 어린이집도 교당 못지않게 웅장하고 시설이 다채로왔다. 사진을 찍으려고 아이들을 불러놓았는데 마침내 통학버스가 오자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버스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요 녀석들 좀 봐라. 다 가버리면 어떡해. 사진 찍어야제. 아휴 귀여워 죽겠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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