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인재유입
한국 중심 문화와 호흡
이웃종교와 건전한 경쟁관계

▲ 김태성 교무 / 서울평화교육센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에 근무하면서 이웃종교와 함께 종교 간 협력 활동하다 보니 교단을 외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이를 바탕으로 교정원이 서울로 이전해야 하는 타당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원불교의 정체성을 논할 때 가장 쉽게 정의하는 단어가 '새 불교'라는 표현이다.

이는 과거 불교의 폐단을 새롭게 개혁해 교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했다는 점을 말한다. 그럼 100년의 역사를 지닌 원불교가 이러한 정체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반문해 본다. 대종사가 교단을 창립할 당시 원불교는 새 불교로서의 위상과 가치를 높였다. 비록 익산이라는 지방에 총부를 두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종교로서의 기틀을 닦고 시대를 향도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 동안 그에 안주하며 살았다. 불교 조계종은 서울의 한 중심인 종로에서 한국의 주류와 호흡하며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가고 있다. 총무원장 선거 때마다 파행을 이뤄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았지만 이내 선거법을 정비해 안정화를 이뤘고, 정부와 공동으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 불교의 전통과 역사를 한국의 대표적 문화로 승화시켰다. 이제 불교는 정부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 각을 세우면서 민중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더 이상 원불교가 과거의 불교를 새롭게 한다는 슬로건은 무색하게 됐다. 원불교는 더 이상 새 불교가 아니다. 개혁의 대상으로서의 불교가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불교 행정을 관장하는 본부인 총무원이 서울에 위치한 것이 핵심 요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교정원이 서울로 이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인재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조직의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람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식견과 역량에 따라 성장과 쇠퇴를 가름한다. 조계종 총무원에는 정치·경제·통일·문화·시민운동 전문가를 적극 수용하여 불교의 외연을 넓혀주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인재는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고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는 가장 기조가 되는 힘이다. 국내의 수많은 인재들이 서울로 모이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교정원 서울이전은 좋은 인재를 다양하게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서울은 문화와 소통하고 문화를 창출을 하는 힘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과거 유물로 상징됐던 불교 문화가 한국의 중심문화로 성장한 데에는 정부가 세계화할 한국의 문화를 발굴하는 데 고민하고 있을 때 불교가 당당히 템플스테이를 제안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종교문화 아이템을 히트시키며 불교는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것은 불교 총무원이 서울에 있으면서 한국 중심 문화와 끊임없이 호흡해서 얻은 결과다.

셋째 이웃종교와 건전한 경쟁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교의 변화와 성장에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빠른 성장이 배경이 됐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 최대 종교로서 위상을 지니고 있었으나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통일운동에 개신교나 천주교처럼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를 뼈아픈 반성을 통해 인권과 통일 전문가를 영입하고 시대문제에 적극 대응하여, 지금의 조계사가 노동·민주·인권의 또 다른 성지가 되게 했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온 원불교는 지역적인 한계에 벗어나지 못했고, 인재를 키우지도 수용하지도 못했으며, 문화와 소통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교정원 서울 이전은 늦었지만 우리의 한계를 분명히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