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리가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듯

▲ 〈성가〉 138장 나 없으매는 마치 물수리가 자유로이 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138장) 나 없으매
김대거 작사 / 김동진 작곡

나 없으매 큰 나 드러나고
내 집 없으매 천하가 내 집이라
이것이 참 나요 내 집 내 고향
삼세의 모든 성자 모든 부처님
언제나 머무시고 거기 사시네.

나 없으매 큰 나 드러나고
〈성가〉 138장 '나 없으매'는 대산종사의 한시인 '무아무불아(無我無不我)'를 새 성가로 편성할 때 우리말로 풀어쓴 노래이다.

이 '무아무불아'의 시는 〈대산종사 수필법문〉의 원기51년(1966) 3월6일자에 전무출신(도인)의 생활이란 제목의 "무가무불가(無家無不家) 무아무불아(無我無不我) 시즉본고(가)향(是則本故(家)鄕)"으로 등장한다. 이후 원기65년(1980) 동산 이병은 종사의 임종을 맞이하여 "무아무불아라 사생시진아(四生是眞我)며 무가무불가라 시방시본가(十方是本家)"라는 법문을 내리신다.

그리고 원기71년(1986) 4월15일 출가식 법문으로 "무아무불아 무가무불가 시즉진가향(是卽眞家鄕) 성성불불거(聖聖佛佛居)"의 법문으로 등장된다. 이로부터 성성불불거가 종결구로 '무아무불아'를 첫소절로 확정된다.

〈성가〉 138장의 '나 없으매'의 나(我)는 자-타 분별의 '나'이다. 이 '나'는 유식학의 입장에서 제8식의 견분(見分)을 나라고 여기어 제8식의 상분(相分)을 대상으로 삼는 제7식의 자아식이라 볼 수 있다. 이 '나'는 분별하는 언어의 '나'이다.

이 '나'를 놓아버리면 나 아님이 없는 '큰 나'가 드러나는 것이다. '큰 나'는 참나(眞我)'로 상대적인 나를 초월한 '진아'이며, 진아는 또한 나 아님이 없는 '큰 나'인 것이다. '나'라는 것도 '진아'에 의해 나타나는 형상이다. 그러니 이 '나'라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고 이 형상을 형상으로 아는 그 자리를 되비추어 보면(返照) 그 자리가 '진아'인 것이다. 예를 들어 흐린 물속에 조약돌이 있다할 때, 흙탕물이 가라앉으면 물이 맑아져서 조약돌이 훤히 보이게 될 것이다. 이 때 조약돌을 볼뿐만 아니라 맑음 자체를 자각할 수 있다. 이 맑음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참 나'를 보는 격이다.

형상(形相)을 다 털어버리면 보이고 들리는 일체의 것들이 성품의 드러남인 것이다. 이렇게 집중을 통해 집중하는 자체를 자각하게 되면 집중이 안 되는 그 상태도 원래 집중되어 있는 성품이란 것을 알게 된다. 마치 흐린 물을 흐린 줄 아는 마음에는 원래 그렇게 소소영령한 맑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 나라는 형상과 내 것이라는 형상을 다 놓아버리면 나 아님이 없고 내 집 아님이 없는 일원상의 집이 드러난다. 〈정전〉 일원상 법어의 오가(吾家)의 소유가 된다. 오가는 성품의 집으로 허공법계를 이전등기 내는 것이다.(성리품 26장) 이것이 바로 진가향(眞家鄕)으로 삼세의 모든 성자와 부처님이 거주하는 집이요 고향인 것이다.

이것이 참 나요 내 집 내 고향

대산종사는 '전무출신의 도'를 종합해서 말하면 "무아무불아요 무가무불가니 시즉진가향이요 성성불불거"라고 할 수 있으며, "무아는 나를 없앤다는 말이니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의 사상(四相)이 공(空)한 자리로, 이를 종합해 말하면 자타가 공한 자리요 미오(迷悟)가 떨어진 자리다" 천명하시며 "내가 없어야 나 아님이 없는 것이며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없애고 보면 바로 나 아님이 없는 경지가 되는데 그 자리가 곧 시방일가요 사생일신의 경지다. 그런데 시방일가 '무가무불가'라. 내 집이라는 사사로운 집이 없기 때문에 집 아님이 없으니 천하가 내 집이다" 부연 법문해 주시고 있다.

이어 말씀하시기를 "사생 일신은 부처님이나 성현이나 갑종 전무출신 거진출진은 사생이 한 몸이 되고 태란습화 구류중생이 내 한 몸이 되어 버린다. 시방일가라, 시방삼세(十方三世) 모든 세계가 내 집이 되기 때문에 무아무불아요 무가무불가되는 것이니 시즉진가향(是卽眞家鄕)이라. 이것이 나의 참 집이요 고향이기 때문에 불보살이나 과거 삼세 제불 제성이나 다 그 자리를 내 참 고향을 삼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성성불불거(聖聖佛佛居)라. 삼세 일체 제불 제성이 다 거기에 주거하고 사시는 곳이다"하시며 "그러기 때문에 전무출신의 도가 우리 교단의 핵이 되고 대종사님의 법을 전하는 진법(眞法)이 되는 것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무출신의 도는 출가위 심법의 다른 표현이라 할 것이다.

대산종사는 교단 원로들의 천도법문에 이 '무아무불아(無我無不我)'의 시를 결어로 끝맺음한 것은 그분들의 삶이 진정한 전무출신의 삶이었다는 찬탄이요, 영생토록 전무출신으로 다시 만나자는 송가였던 것이다.

원음 산책

〈성가〉 138장 '나 없으매'의 반주를 듣노라면, 마치 물수리가 호수를 비행하듯, 어느 때는 물위를 낚아채듯 비행하다가도 바람을 타고 하늘 위를 자유로이 나는 모습이 연상된다.

첫 소절인 '나 없으매'를 부를 때는 정말 나를 다 놓아버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부르고, '내 집 없으매'를 부를 때도 국한된 소유욕과 거리를 둔 마음으로 부르면, 어딘지 '큰 나'가 드러나고 '천하'가 내 집이 되는 듯 한 기분이 육박될 것이다.

물수리가 하늘을 유유히 유영하다 보금자리에 내려앉듯이, 〈성가〉 138장도 '삼세의 모든 성자'와 '모든 부처님'이 '언제나 머무시고 거기 사시네'로 활강하듯이 마무리 지으며 부르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의 '거기 사시네'에 이 노래의 모든 에너지가 함축되고 귀결되는 맛이 있다. 또 그런 심정으로 마음을 모아 부를 때 이 노래의 맛이 깊어질 듯하다. 〈성가〉 138장 '나 없으매'는 김동진 작곡으로 교화부에서 원기75년(1990)에 성가로 제정된다.

<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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