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몰아치더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여전히 안갯속이다.

'교단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요란했던 지난 한 달, 패기 있게 추진되던 '원불교 혁신 대토론회'는 급작스런 취소로 잠정 연기됐다. 그 여파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나 꼽는다면 교단의 소통 기능 부재로 인한 재가 출가교도 간의 신뢰 상실이다.

모든 문제는 예방이 중요하다. 그 수단이 소통이다. 교헌개정, 치바법인, 언론통제 등 그 내막을 살펴보면 모두 소통의 미숙함이 빚은 결과다. 그래서 '소통 좀 하자'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여론이 폭풍 전야로 끝났다. 이로 인해 신뢰가 또 한 번 무너졌다.

각 조직마다 소통 문화가 다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찍이 예회나 선 훈련에서는 문답감정을 하게 했고, 교화단에서는 의견 제출을 권장해 모두가 교단의 주인이 되게 했다. 소통은 나의 주장을 내우기보다는 먼저 남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 다만 그 구하는 때에 있어서 지자를 본위로 하여 지혜를 얻는 것도 소통의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눈을 뜨고 입보다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나와 다른 의견일지라도 경청할 수 있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교단은 이 원만한 소통을 위해 교화단과 수위단회 기능에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교헌〉 제42조에 보면 '수위단회는 교단 최고결의기관이며 정수위단은 최상위 교화단이다'고 밝히고 있다. 현 교단의 문제를 살펴볼 때 사전 예방 기능과 대중 참여 기능이 많이 부족하다. 소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소통문화가 보다 성숙하려면 먼저 재가 출가교도가 교화단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때로는 교단 혁신에 머리도 맞대면서 밑에서부터의 참여를 높여가야 한다. 교화단에서 올라온 의견제출은 수위단회에서 잘 읽어내야 한다.

사람도 100세 시대다. 이제 100년대를 살아가는 교단이 소통 미숙으로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소태산 대종사는 교화단의 의견제출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경청했다. 그 뜻을 다시 살려야 한다.

원기100년을 맞이하며 교단 안팎으로 제일 많이 요청되는 말이 있다. '어떻게 교단 창립정신을 살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교화가 안 된다고만 외치지 말고, 내가 속한 교화단 안에서 교화를 생각하고 교단을 생각하고 동지를 생각하며 공부풍토를 살려가자. 출가교화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연일 계속 될 것 같은 찜통더위는 입추를 기점으로 한풀 꺾일 모양이다. 혁신은 현재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정확히 읽어낼 때 겨우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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