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히 주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낼 지니

"신시보리수(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의 나무요/ 심여명경대(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의 대와 같나니/ 시시근불식(時時勤拂拭)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물사야진애(勿使惹塵埃) 티끌과 먼지 않게끔 할지니라"
오조 홍인대사는 아침에 게송을 보고 신수가 쓴 것임을 즉각 알아보고 신수에게 말했다.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所見)은 당도했으나 다만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범부들이 이 게송에 의지하여 수행을 하면 삼악도에 떨어짐은 면하리라."

한 동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면서 이 게송을 외고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혜능이 그것을 들었다. 혜능은 한 번만 듣고도 단번에 이 게송이 큰 뜻을 알지 못한 것임을 알았다. 혜능은 본래 글을 쓰지 못하는지라 그 동자에게 부탁하여 자신이 읊는 게송을 복도에 쓰게 했다.

"보리본무수(菩提本無樹)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명경역비대(明鏡亦非臺)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니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하처야진애(何處惹塵埃)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가 묻으리오"

오조 대사께서 이 게송을 보시고는 흡족하셨지만 대중들이 시기를 할까 염려하여, "이것도 견성구(見性句)가 아니다"하면서 그 게송을 지워 버렸다.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혜능이 방아를 찧고 있는 곳을 찾아가서, "방아는 다 찧었느냐?" 하고 한 마디 말을 거니, "방아는 찧은 지가 오래됩니다만 아직 택미(擇米: 쌀에서 돌과 벼껍질을 구분하는 일)를 못했습니다"라고 혜능이 답을 했다. 그래서 오조 대사는 주장자로 방앗대를 세 번 치고는 돌아와 버렸다. 삼경(三更)이 되면 아무도 몰래 찾아오라는 신호였다.

밤중에 혜능이 방으로 찾아 들어오니, 오조 대사께서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가사(袈裟)를 가지고 휘장을 쳐서 은밀하게 〈금강경〉을 설하는데, '응당히 주(住)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낼지니라(응무소주이생기심 應無所住而生其心)'하는 여기에 여지없이 대오했다.

"하기자성본자청정(何期自性本自淸淨) 자성이 본래 청정한 줄 어찌 알았으며/ 하기자성본불생멸(何期自性本不生滅) 자성이 본래 생멸이 없는 줄을 어찌 알았으며/ 하기자성본자구족(何期自性本自具足) 자성이 본래 만법이 구족함을 어찌 알았으며/ 하기자성본무동요(何期自性本無動搖) 자성이 본래 동요도 없는 줄 어찌 알았으며/ 하기자성능생만법(何期自性能生萬法) 자성을 좇아 만법이 나는 것을 어찌 알았으리요"

이렇게 게송을 지어 바치니 여기에서 오조 선사는 혜능이 크게 깨달은 것을 아시고 의발을 전(傳)하여 육대조(六代祖)로 봉(封)하셨다.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육조대사의 출가 기연이 〈금강경〉이었듯이 선불교의 스님들이 〈금강경〉을 중요시 여긴 것은 사실이며, 이로 인하여 선불교의 소의경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논리적 이유 때문이다.

금강경의 성립 시기는 대강 AD 150~200년경으로 보고 있다. 즉, 금강경과 선은 최소한 500년 이상의 시간 거리와 인도와 중국이라는 문화적 공간적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경은 단일 경전이 아니라 반야경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면 '선불교는 왜 생겼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소승불교의 실천덕목은 팔정도이다.

팔정도는 고통을 소멸하는 참된 진리인 8가지 덕목으로 ①정견(正見):올바로 보는 것 ②정사(正思):올바로 생각하는 것 ③정어(正語):올바로 말하는 것 ④정업(正業):올바로 행동하는 것 ⑤정명(正命):올바로 목숨을 유지하는 것 ⑥정근(正勤:正精進):올바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⑦정념(正念):올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⑧정정(正定):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이다.

반면 대승불교의 실천덕목은 육바라밀이다. 육도(六度)라고도 하는데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 보살들이 수행하는 여섯 가지 수도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를 말한다.

①보시: 자비심으로 일체중생을 널리 사랑하는 것. 재시(재물로서 도와주는 것), 법시(법을 설하여 주는 것), 무외시(마음의 안정을 얻게 해 주는 것) 등이 있다 ②지계: 모든 계율을 굳게 지켜 악업을 끊고 선업을 쌓아가는 것. 계율을 지킴에 의해 번뇌를 멸한다 ③인욕: 박해나 고통을 참고 원한과 노여움을 없애며, 제법을 밝게 관찰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④정진: 심신을 가다듬고 힘써 선행(특히 육바라밀)을 꾸준히 실천하여 해태한 마음을 버리고 선법을 점점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 ⑤선정: 산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통일하는 선을 닦는 것. 일체지의 길을 관망하여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⑥지혜: 나쁜 소견과 삿되게 아는 것을 버리고 밝고 바른 지혜(반야)를 얻는 것. 제법이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믿고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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