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인심을 따라 이 세상에 주세성자(主世聖者)가 출현하여 제도의 문을 열 때에는 반드시 보필지사가 있어 주세성자를 돕는다. 석가의 십대 제자와 공자 문정의 십철, 예수의 십이사도가 그들이다.

새 회상 원불교에서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구인제자가 그 역할을 맡았다. 후천 개벽의 시대에 주세불(主世佛)로 온 소태산 대종사는 자수자각(自修自覺)으로 도를 얻은 후 제생의세(濟生醫世)의 구세경륜을 펴기 위해 나섰으나 실로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참으로 막막하고 힘드는 창업의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이를 도와 나선 이들이 바로 구인제자이다.

구인제자는 대종사의 최초 아홉제자요, 교단 창업의 표준제자였다. 구인 가운데 팔인은 대종사와 동향인 전남 영광 사람들이고, 유독 수제자 정산 송규만이 경북 성주 사람이었다. 구인제자 가운데에는 대종사의 친동생도 있고, 외삼촌도 있었다.

원불교를 창교한 교조 소태산 대종사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구도와 대각을 하고 교화사업을 시작했다. 교화대상도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로 비롯한다. 그 점이 다른 성자들과 다른 점이다.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을 교화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구인제자를 모은 대종사는 전무후무한 대도정법 회상을 창립하기 위해 평지조산(平地造山)의 대역사를 시작한다. 먼저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드는 방언공사를 구상하고 그 자금을 모으는 저축조합운동을 벌인다. 금주단연, 공동출역 등으로 자금을 모아 갯벌을 막는 언답공사를 전개한다. 삼복염천과 삭풍한설을 이겨내며 백수면 길룡리 해변의 간석지를 막아 2만 6천여평의 논을 만들었다. 구인제자는 일찍이 노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인데도 스승의 명을 받들고 일호의 사심과 불평도 없이 바다를 막는 일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정관평 방언공사로 교단 창업의 경제적 토대를 장만한 대종사는 정신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법인기도를 계획한다.

구인제자로 하여금 천지신명을 움직이는 산상 기도를 올리게 하고, 마침내는 창생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자결을 명한다. 이에 구인은 생에 대한 애착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초월하여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일심정성을 바친다. 마침내 진리와 허공법계를 감동시켜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을 보인다. 이가 바로 원불교의 법인성사(法認聖事)이다.

소태산 대종사와 구인제자가 방언공사와 법인성사를 통해 보인 전범(典範)이 바로 원불교의 창립정신이다. 개교 100년의 역사에 괄목할 성장을 이룬 저력이 바로 대종사와 구인제자가 본을 보인 창립정신인 것이다.

교단역사가 천년 만년이 흘러가도 일심합력 무아봉공 근검저축 이소성대의 창립정신이 재가 출가 전교도의 가슴 가슴에 충일해야 원불교가 세상의 빛이 되고 연꽃이 되고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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