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 학교도 덩달아 아주 바빴다. 엑스포를 참관하기 위해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손님들이 찾아왔다.

산청에 온 김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산청초등학교에 꼭 들렀다가 가는 것이다. 동의보감촌 온갖 꽃들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우리 꽃에 대해 설명해주느라 아주 바빴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소개할 시간을 따로 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들꽃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들꽃 수업은 주변에 흐드러진 산국과 쑥부쟁이, 구절초 꽃가지에서부터 시작했다.

"아는 꽃이름 말해볼래?"
"무궁화요, 개나리, 코스모스, 장미…."

채 10가지를 말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꽃이름 말하기. 그것도 교과서에 나오거나 수입된 것이 대부분이고 들꽃이름은 민들레가 전부였다. 구절초를 보여주며 물었다.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아니?."
"몰라요." "어디서 본 적은 있지?." "네, 동의보감촌에 가면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도 이름은 몰라요."

"도시사람들은 이 꽃 이름을 알고 찾아와서 좋아들 하는데 우리는 그 옆에 살면서도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거니?" "계란후라이 꽃이요."

"하하하하… 구로 시작하고 초로 끝나는 세 글자란다." "구몰초요, 구경초요…"

구절초이름을 아는 아이들이 3~6학년 중 한 두 명에 불과하다. 엑스포 기간 동안 수차례 동의보감촌을 오르내리며 보았던 꽃이란다. 예쁘다는 것만 알고는 이름을 모른다. 우리 주변에 흔한 들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름에 관심이 없다.

도시아이들처럼 학원이나 다니고 수학문제나 풀고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도덕수업 전담이라 자연보호와 관련하여 들꽃 수업을 시작했다.

"이 노란 꽃은 산국이란다. 도시 사람들은 귀한 약차라며 차를 달여 마시고 눈에 좋아진다고 국화 배게도 좋아한단다. 우리만 모르고 있다는 게 억울하지 않니?" 산국 한 가지를 또 보여주며 나의 들꽃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는 알고 있지? 평강공주가 온달 네 집에 시집가서 밥하려고 불을 때는데 부뚜막이 좀 특별한 거야. 행주로 시커먼 그을음을 닦고 보니 금덩어리였어. 깜짝 놀라 온달에게 물으니 뒷간의 오줌 누는 항아리 옆의 담장에도 금덩어리가 있대. 금덩이가 오줌을 맞고 있었던 거야. 온달은 금이 무엇에 쓰이는지 모르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던 거야. 평강공주는 그걸 팔아서 부자가 되었대. 온달이는 왜 그 금덩이를 몰랐을까?"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주변에도 이런 금덩이가 있어. 무얼까? 도시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는데 우리 산청 아이들은 모르고 있다면 억울하지 않겠어? 온달이네 금덩이와 같지 않을까?"

허준의 동의보감에 잘 나와 있고 인터넷 검색만하면 쫘악 쏟아지는 우리 들꽃인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모르고 있다. 아이들은 머쓱해하며 미리 준비한 들꽃프레젠테이션에 눈길을 준다. 쑥부쟁이, 고들빼기, 억새 등 주변에서 많이 보았던 꽃인데 이름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와송은 몇 몇이 알고 있다. 약으로 부모님이 재배하신단다. 가을에 피는 들꽃 이름과 함께 약리성분을 말해주니 솔깃하게 듣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들꽃 이름을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여러분은 들꽃박사가 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귀한 약재가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단다. 이게 금덩이인줄 모르고 자라면 억울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아무도 이 꽃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얼마나 귀한 약재인지 관심도 없었다고 한다. 그저 학교 공부 잘 하라는 말만 들으며 산청아이들은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원불교 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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