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마음공부, 사상가 중심
마음인문학연구소 학술대회

▲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11일 '유교와 마음공부'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유교에서 바라보는 마음과 마음닦음에 대해 공유했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유교와 마음공부'를 주제로 율곡, 퇴계, 공자, 맹자, 연평, 양명 등 유학의 대표적 사상가들과 주역을 중심으로 한 이 시대 다양한 마음공부법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11일 교학대학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대구교육대학교 교육학과 정재걸 교수의 '주역과 마음공부' 발표가 관심을 받았다. '주역은 마음공부의 보고'라는 전제로 발표한 정 교수는 "주역에는 마음공부에 대한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나는 '우리 마음의 본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며, 둘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떻게 마음공부할 것인가'라는 물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음의 본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괘로, 중천건(重天乾)괘와 수풍정(水風井)괘를 소개했다. '중천건괘'는 우리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괘로, 그는 "우리의 본성은 하늘과 같다. 하늘은 텅 비어 있지만 해와 달, 별 그리고 구름을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듯 우리의 본성도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을 통해 그 마음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생각과 감정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또한 중요함을 밝혔다.

본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는 수풍정괘로 우리 마음의 본성은 사랑임을 확인하는 괘이다. 그는 "이 괘는 맹자의 '인(仁)의 샘물론'과 같다"며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무한한 용량을 가진 사랑의 샘이 있다. 그 사랑의 샘에서 한 번 물이 솟아나기 시작하면 그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샘물을 막고 있는 바위가 있으니 그것은 '나'라고 하는 바위라고 말했다. 때문에 마음공부의 핵심은 '나'라고 하는 에고의 속성을 알아 그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지켜보며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에 앞서 선행되어야 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는 "곧 중지곤(重地坤)괘다"며 "중지곤괘는 수용성의 도로써, 땅이 모든 것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듯 긍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도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저절로 사라진다"고 보았다.

이어 에고의 속성에 관한 괘로 그는 '천수송(天水訟)괘'의 작사모시(作事謀時)법을 제시했다. 일이 생기면 그 시작을 돌이켜보라는 뜻이다. 모든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발생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눈덩이처럼 커지므로 그 기미를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또는 지화명이(地火明夷)괘로,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과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이를 밝은 곳으로 끌어내라고 말한다. 그는 "이 방법은 융이 말하는 무의식을 의식화함으로써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에고로부터의 탈출을 6가지의 괘로 설명했다. 그중 뇌수해(雷水解)괘로써, 자신의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으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 부족하다는 생각, 못났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풍수환(風水渙)괘를 통해 '흩뿌림의 도'를 제시하며 "우리가 자신과 동일시하던 모든 것들을 흩뿌림으로써 본성을 회복하게 된다"면서 "본성의 회복이란 무엇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닌 것들을 제거할 때 저절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렇듯 에고로부터의 탈출을 연습한 다음에는 '지켜 봄'의 마음공부를 제시했다. 그 대표적인 괘가 풍지관(風地觀)괘다. 이 괘는 늘 깨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다. 즉 기미를 알아차리는 마음공부다. 그리고 중산간(重山艮)괘에 해당하는 멈춤의 도를 밝혔다. 그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면 그 생각과 감정이 멈추게 된다"며 "그때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하고 스스로 묻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뒤에 행해지는 공부가 받아들임이다. 그는 천화동인(天火同人)의 괘를 들며 "누구나 자신의 불만족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한없이 부드럽게 자신의 모습을 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화천대유(火天大有)괘를 설명하며 "태양이 만물을 골고루 비추고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듯 큰 소유는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삶에 대한 분별과 집착을 버리면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하는 주역의 마음공부는 '위기가 곧 기회'임을 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라고 말한다. 그것은 결코 비굴이 아니라 위험을 딛고 새롭게 태어나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변화는 증오심과 적대감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이뤄진다"며 이것이 '주역의 마음공부'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조발표자로 나선 원광대학교 이성전 교수는 '근현대 한국유학의 마음공부'란 주제로 원불교 마음공부에 수용된 유학적 요소에 대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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