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대성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선응용학과 교수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7가지 핵심 가치관이(Core Values) 있다. 그것은 수양, 통찰, 탁월, 반조, 상생, 합력, 봉사 등이다. 이러한 핵심가치는 원불교의 기본 교의에 입각하여 미주선학대학원을 운전하는 최고 지향점이다. 원불교의 교리가 사통오달로 서로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듯 이 가치들 또한 돌고돌며 서로 소통하고 이끌도록 되어있다.

그중 첫번째인 수양(cultivation)의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서 미주선학대학원은 명상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시도하며(We make meditation central to our educational endeavors), 전문적인 지식과 자신 수양으로 균형 잡힌 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We believe that an integrated person is one who balances professional knowledge and self-cultivation) 각 개인의 성장을 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고(We create an environment that fosters the growth of each individual) 명기돼 있다. 미주선학대학원의 모든 수업과 행사가 입정으로 시작해서 입정으로 끝나는 이유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원불교 최초의 교과서인 〈수양연구요론〉 서문에 "인생의 요도는 수양에 있고 수양의 목적은 연구에 있고 연구의 목적은 혜복을 구함에 있다. 그러나 모든 교법이 세상에 유행하여 사람마다 혜복을 구한다하나 실상 그 근원을 알지 못하므로 학설만 익번하고 고해가 점심하도다"라고 말씀했다. 미주선학대학원의 핵심가치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학교 교육의 출발은 역시 수양으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주로 담당하는 과목이 더우기 좌선(Sitting Meditation)과 활선(Moving Meditation)이고 한의학과의 경우 3년동안 여섯 학기를 수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어깨가 더욱 무겁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의 경우는 더욱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고 차서있게 지도해야 한다. 종교가 각각 다르고 선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다르며 가사와 업무로 지쳐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원생들의 특수성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선응용학과와 한의학과 학생들 대부분이 30대와 40대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학생들의 대부분은 대학원에 곧바로 진학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기 때문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풍토여서 대학 학자금을 부모 도움없이 대부분 융자를 얻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을 갚아나가기 위해서 취업을 해야 한다. 학자금을 갚다보면 결혼을 준비해야 하고 주택을 마련해야 하며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다가 아이들이 부모의 보호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중학생 정도가 되면 드디어 미뤄뒀던 대학원에 진학해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한다.

그러기에 대학원 진학은 새로운 희망과 기쁨도 있지만 그만큼의 세월동안 굳어있는 몸과 지친 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1학년 수업은 심신 수양의 첫걸음으로 몸과 마음의 내려놓기와 이완에 주안점을 둔다. 활선(Moving Meditation)을 통해서는 먼저 몸의 이완을 실행한다. 한국에는 '좌선전후 몸풀기'라고 소개되어있는 'Warm heart Supple Body' 프로그램이다. 먼저 상체와 하체의 모든 관절과 근육을 앉은 자세를 유지한채 편안히 풀고 그다음 다양한 호흡법을 통하여 폐와 장부를 이완하며 마지막으로 발성을 통한 진동으로 미세한 긴장까지 내려놓는다. 이때 이미 온몸의 혈맥은 관통되고 심신간 상쾌한 상태로 선정에 들게 된다. 최상의 선수행을 위하여 차서있게 모든 장애를 제거하는 과정이며 그 자체가 선수행이 된다.

몸과 호흡의 조절없이는 화평한 음양의 기운에 이르기 어렵고 기운이 조절되지 않고서 번뇌가 없는 참 나를 자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참나가 적적함과 성성함의 완전한 조화이고 두렷함과 고요함의 완전체이며 공적영지와 정혜가 본래 둘아닌 조화요 태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의 수행자들이 수승화강을 이루기 위해 몸과 호흡과 마음을 고르는 것을 특별히 중시하였다.

좌선(Sitting Meditation)을 통해서는 마음의 이완을 먼저 실행한다. 소크라테스의 "오직 참다운 지혜는 당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The only true wisdom is in knowing you know nothing)"라는 말을 소개하고 소태산 대종사의 천도법문 "이 우주와 만물도 또한 그 근본은 본연 청정한 성품자리로 한 이름도 없고, 한 형상도 없고, 가고오는 것도 없고, 죽고 나는 것도 없고~" 등을 응하여 질문한다. 마음의 분별심과 주착심을 하나하나 내려놓도록 하기 위해 간단한 질문을 하고 대소유무에 분별이 없는 자리를 응하여 "모른다"고 답하게 한다.

"당신의 원래 이름이 무엇입니까?, 당신의 부모가 태어나기 전에 당신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갑니까?, 당신은 진정 몇 살입니까? 이렇게 질문하고 답하다 보면 먼저 아상이 떨어져 나가며 이완이 되고 분별성과 주착심도 함께 사라져 진경에 그치게 된다.

마음에 분별성과 주착심이 사라지면 저절로 두렷함과 고요함은 드러나고 내가 죽어야 내가 저절로 사는 도리와 어떠한 명함과 지위가 없어도 축복된 존재가 경험되며 진정한 해탈과 자유의 근원에 체달된다. 천지와 내가 둘이 아니어서 나를 돌보지 않을 수 없고, 전체가 나이어서 나를 따로 세울 수가 없으니 고집과 주장도 사라지고 언어도단이 절로 된다.

활선과 좌선을 통해서 수양을 할수록 우리 학생들의 몸은 건강해지고 알지 못할 줄을 능히 알아서 고정된 관념은 녹아나고 당하는 곳마다 상없는 지혜가 우러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업을 마칠 때마다 상호간 거듭남의 생일 축하를 안할 수 없다. Happy birthday 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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