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절 기념법회를 마치고 대형버스 한 대에 몸을 실은 우리는 능가산 쌍선봉의 정맥을 타고 내린 노적봉 자락의 법인기도 회향터 원광선원에 여장을 풀었다. 원기100년에 원불교 양산교당에서 실시하는 법위훈련을 받기 위해 다섯 시간의 여행길을 달려 전주·만경교당 교도들과 함께 결제법문으로 이번 훈련의 빗장을 열었다.

그토록 그리웠던 변산제법성지! 지도교무로부터 성지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은 이미 월명암과 봉래정사가 있는 석두암의 옛터에 가 있었다. 선원 원장님에게 말씀했더니 위험하니 내일 아침 일찍 나서라고 했다. 풀벌레 소리에 마음을 걸어 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새벽 다섯시. 월명사 가는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길에 훤히 밝은 아침을 맞으며 월명암에 도착했다. 정산종사께서 백학명 선사의 상좌로 있으면서 소태산 대종사께 바치셨던 그 신성을 나는 오늘 내 가슴에 담아 가고자 여기에 왔던 것이 아니던가. 법당을 참배하고 나서 월명암 앞산을 내려다보니 산허리에 운무가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감탄하고 보니 부안 팔경 중 하나였다.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주차장에서 제법성지로 가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월명암에서 봉래정사까지 그 험난한 길을 날마다 밤중에 다니며 스승에게 신성을 바친 정산종사의 정신을 체험했던 것이다.

대종사께서 실상사에 불공하려고 가는 노부부에게 실질불공에 대한 말씀(〈대종경〉 교의품 15장)의 근원지인 이곳 봉래정사 그리고 석두암의 옛터에서 나는 대종사와 정산종사를 뵙는다. 원불교 100년사에 있어 초기교단의 초석을 이뤘던 변산제법성지에서 내가 교단을 위해 바쳐야 할 신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다짐을 했다.

첫째는 정산종사께서 대종사께 바친 신성을 오롯이 가슴으로 받았으니 교당에서 교무님을 잘 보필해야겠다는 다짐이고, 둘째는 교화대불공에 정성을 쏟아 5년 후 양산교당 50년사를 거룩하게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이고, 셋째는 교도로서 재가교역자인 원무를 지원해서 지역의 사회교화를 활성화하고 나아가서 교법의 지역화를 위해 무아봉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원불교100년의 법위훈련을 변산원광선원에서 남다른 심경으로 임했다. 대종사께서 친서로 정전속의 신앙과 수행의 핵심을 드러내 주시고 교단 창립 인연들을 결속하신 변산제법성지에서의 이번 훈련 행복지수는 만점이였다. 가슴에 담아 온 능가산 자락의 원광선원 훈련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양산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