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정사가 세워지게 된 역사적 배경

▲ 이성택 원로교무
법회가 일어난 상황
여시아문으로 시작
대승의 궁극적 목표


금강경의 원래 제목은 '금강반야바라밀경'으로 반야는 지혜이며 지혜의 벼락으로 나(我)를 쳐서 무아를 만드는 것이다.

무아가 되면 바라밀이 되는데 이를 도피안이라고 한다. 도피안이란 저 언덕에 이른다는 뜻으로 이 언덕은 중생들이 사는 세계를 말하고 저 언덕은 보살 부처들이 사는 언덕을 말한다. 대승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살이며 보살은 차별없는 세계를 말한다.

육조 혜능대사는 금강경 전체 대의를 3가지로 요약했다.

夫金剛經者는 無相으로 爲宗하고 無住로 爲體하고 妙有로 爲用이라. 自從達磨西來로 爲傳此經之意하사 令人悟理見性케하시니라.
(풀이) 대저 금강경이란 아상 인상 중생상 등 상없음(無相)으로 마루(宗)를 삼고, 들어앉지 않는 것(無住)으로써 몸(體)을 삼으며 오묘한 나툼(妙有)으로써 씀이(用)를 삼는다. 달마대사가 서쪽 인도에서 오셔서 이 금강경의 뜻을 전하셨으니, 사람들이 이치를 깨닫고(悟理) 성품을 보게(見性) 하였다.

무상이란 금강경의 진면목을 밝힌 것이고 무주란 챙기지 않아도 챙겨지는 것이고, 묘유는 마음을 내어 육근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설이 조금 길었지만 무엇이든 근원을 알면 모든 것이 쉽게 풀어지는 이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금강경의 원문으로 들어가 보자.

法會因由分
如是我聞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爾時世尊食時着衣持鉢入舍衛大城乞食於其城中次第乞已還至本處 飯食訖收衣鉢洗足已敷座而坐

1장을 법회인유분제일(法會因由分第一)이라 소명태자가 명한 것으로 법회가 일어나게 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범어 원문은 에밤 마야 슈루땀으로 3차 결집 시에 모든 불경은 여시아문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아(我)는 귀가 밝아 잘 듣고 기억력이 탁월한 아난존자로 여기고 있다. "一時"는 '한 때'로 영어로 "one time"이다.

사위국에서 사위(舍衛)를 현장스님은 음역하면서 실라벌(室羅筏)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신라도 이 구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며, 경주의 서라벌이라는 말도 사위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서라벌이란 단어를 줄이면 '서울'이 된다. 서울의 근원적인 표현은 서라벌 사위국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붓다 당대의 코살라왕국의 왕은 파사익왕으로 부처님과 생년월일이 같다. 코살라 왕국은 석가모니의 나라를 정복한 나라인데 그 나라 왕이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파사익왕에게는 태자가 있는데 이름이 범어로 재뜨리이고 한역으로는 "기타(祗陀)"이고 재뜨리의 원래 뜻은 전쟁에서 이긴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위국의 수도가 사위성으로 이곳에는 '수달(須達)'(혹은 須達多, Sudatta)이라는 엄청난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의 별명이 급고독으로 외롭고 홀로 있는 사람을 공급해 준다는 뜻으로 수달장자의 존칭이 급고독의 장자이다.

경주에는 최부자가 유명한데 이런 큰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특별한 정신이 있다. 영남대학을 세운 집이 최부잣집인데 지금까지도 내려오는 것은 특별한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최부잣집은 '만석 이상은 하지 말아라' 해서 만석 이상이 들어오면 다 나눠준다 하고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철학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원불교도 5만년을 끌고 가려면 그만한 특별한 정신이 있어야 한다.

당시 부처님의 제자가 많아지니까 집단으로 같이 기거할 수 있는 거처가 필요하게 되었고 걸식을 위해서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되었다. 사위성에서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동산이 하나 있는데 숲이 좋아 여기에 거처를 하면 좋겠다 싶어 수달장자에게 부처님이 저곳을 매입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당시 동산의 주인이 재뜨리(일명 제타Jeta)이다.
수달장자가 재뜨리를 찾아가 "그 동산 땅을 팔아라" 하니 재뜨리도 그 땅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땅이라 절대로 안 판다고 말한다. 지나가는 말로 "그 길에 황금을 깔면 몰라도…" 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수달장자는 집으로 돌아가 모든 황금을 꺼내 그 동산을 황금으로 다 깔아버린다. 그것을 보고 재뜨리가 감명을 받아 부처님이 얼마나 위대 하기에 저렇게 하는가 싶어 수락을 한다.

동산 땅은 수달이 사고 숲은 기타가 부처님에게 보시 공양을 하게 된다. 그래서 기수(祗樹, Jetavana)라는 이름이 지어진다. 그곳에 집을 80여 채를 짓게 되는데 가운데는 향실을 두고 1000여명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든다. 기원정사(祇園精舍)는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불교 최초의 절이 된다.

풀이하면 기는 기타태자를 의미하고 원은 동산, 정사는 정신의 집이다. 이 정사의 문화가 우리 원불교에도 이어져 교단 최초로 부안에 봉래정사가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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