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대종사 떠올라
늘 함께한다는 마음가짐
정성된 기도는 감응 나타나

▲ 천종원 교도 / 동울산교당
나는 23년 동안 기도생활을 해왔다. 그 계기는 원기76년 남편의 사고로 비롯됐다. 그날 갑작스런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나는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중 지인의 소개로 삼천포교당을 안내받고 원불교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남편의 사고로 복잡했던 마음이 지인과의 잠깐 대화를 통해 일순간 살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뭔가에 강한 이끌림을 받아 망설임 없이 교당으로 발길이 향했다.

교당에 가니 교무님이 〈원불교 전서〉를 선물로 주며 '심고와 기도'장을 읽고 오라고 했다. 그날 저녁 심고와 기도 장을 밤새 읽었다. "원망할 일이 있을 때에도 감사할 일이 있을 때에도 늘 심고와 기도를 올려야 한다"는 법문을 읽고 또 읽었다.

그 후 남편 사고 수습은 원만히 잘 이루어졌고 나는 교당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일요일 법회에 나가 교무님의 설법을 듣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하고 감명을 받고 또 다음 주 법회가 기다려졌다.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아마 원불교에 입교하여 교당에 다니게 된 기쁨일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라도 기도를 하지 않으면 찜찜하여 일이 잘 되지 않을 만큼 기도에 길이 들었다.

기도를 하다 보면 때로 일심이 잘 되기도 하고 때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새로운 생각이 일어나 정신이 번쩍 들 때도 있다.

하루는 기도는 공짜로 하면 공덕이 약하다는 교무님의 말이 생각나 가족 수만큼 개인 봉투를 만들어 매일 아침 기도비를 올리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 교당에서 원불교 100년 성업을 앞두고 단별로 돌아가며 기도 법회를 보고 있다. 나는 교당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도 100년 성업의 기도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개인 기도문 전에 100년 성업 대정진 기도문을 먼저 올린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다 보니 기도문을 올리기 전에 눈을 감으면 대종사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루는 광채가 나는 얼굴로 나타났다가 하루는 환히 웃고 있다가 어느 날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도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아마도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대종사가 달라 보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은이 내게 일심 공부를 잘 하라는 뜻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대종사를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교당에 다니는 이유는 마음이 잘 통하는 법동지가 있고 영생을 책임질 대종사의 법이 있고 늘 챙겨주는 교무님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도가 마음을 묶어주는 밧줄이란 믿음이 있어서다.

그래서 나는 기도로 신앙생활의 뿌리가 깊이 내린 것이라 여긴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입고 다니는 옷도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그 옷을 즐겨 입는 것처럼 대종사를 따라 하고 싶고 닮아가고자 한다면 자연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둔 밤길을 혼자 걸어도 늘 대종사가 함께 있어서 가끔 나를 향해 지팡이를 뒤로 건네주어 내가 그 지팡이를 잡고 따라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는 내가 부주의로 계단에서 떨어졌는데 상처 하나도 없이 똑바로 서 있는 모습에 내 스스로도 놀란 적이 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감사기도를 올렸다. 이 외에도 기도를 통해 겪은 놀랍고 신비한 일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생략한다.

인간의 수명이 120세가 된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년퇴임을 하고 어떻게 노후 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일손이 부족한 교단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어서다. 그 일을 위해 노후자금을 마련할 뿐 다른 욕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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