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효천 교무 / 열쇠교당
훈련병 입교식을 위해 일원상과 닮은 최고의 간식인 도넛을 구매하러 매장에 갔다. 주문하니 손님이 진열대에서 직접 담아 와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전에는 수량이 많으면 안에 있던 도넛을 바로 꺼내서 담아줬다고 되물으니 꿋꿋한 아르바이트생의 대답. "담아 오셔야 합니다."

잠시 앞에서 망설이니까 다른 사람이 나와 본인이 담아주겠다며 진열대로 향한다. 그 모습에 미안함과 억울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될 것을 "전에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굳이 꺼냈다. 그리고 그 아르바이트생 표정은 대꾸도 없이 피곤하다는 기색을 보인다.

'아, 내가 저 사람에게 흔히 말하는 진상손님?'이라는 생각에 민망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와 고민해본다.

5580원, 올해 최저임금의 가격이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커피 한 잔의 시급을 위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갑(甲)인 사장님과 나 같은 손님들의 피곤한 요구를 인내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신, 육신적인 노동으로 지쳐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을(乙)이 되며 갑의 부당한 대우인 '갑질'에 상처받는다.

대종사는 대각을 이루신 후 최초법어로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을 통해 이 세상은 강과 약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주었다. 강자는 약자가 있기 때문에 강자로 자리할 수 있고, 약자는 강자가 있기에 도움을 얻어 자신도 강자가 될 수 있는 이치를 말한다. 강자와 약자는 서로의 입장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이야기하며 대립이 아닌 평화적인 조화의 관계라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 강자의 지위가 영원할 것처럼 무분별한 행동을 하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무너트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 가운데 억울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을의 시대가 사회적 풍토로 자리잡게 되고 이러한 소재를 바탕한 대중매체의 성공은 지금의 시대를 그대로 대변한다.

이처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영원한 강자가 되고 약자에서 강자로 진화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과 실천을 하지 않으면 이 시대의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강자는 약자에게 나와 상대가 모두 이로운 자리이타(自利利他)로 약자를 강자로 진화시키는 것이 영원한 강자가 되는 길임과 동시에 강자의 의무가 된다.

내가 강자의 위치에 있을 때 욕심을 놓고 약자를 강자가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손해보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인과적으로 볼 때는 그것이 영원한 강을 보존하는 방법이 된다.

반대로 약자는 강자를 무조건 대항하기로 할 것이 아니라 선도자로 삼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강자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쉬지 않는 것이 다시 없는 강자가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강자와 약자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관계가 아닌 상생의 지속적인 발전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내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 주변의 사람도 행복해야 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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