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다양한 형태의 학습을 통해 꿈과 끼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는 교육과정, 바로 자유학기제가 헌산에서 2014학년도 2학기에 운영되기 시작했다. 자유학기제의 교육과정은 기본교과와 자율교과로 구분된다. 자율교과의 경우 선택교과, 동아리, 스포츠, 예술 활동으로 구성된다.

나의 과목은 과학,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내 수업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실험'을 선택했고, 실험 후에는 매일같이 배움일지를 기재하게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실험 학습의 주인공으로 올려주고, 교사인 나는 실험조교로 내려왔다. 전에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면, 이제는 실험의 과정 속에서 안전지도와 진로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조언자가 되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에겐 매 수업시간마다 실험복을 입게 했다. 학생들은 빳빳하게 길이 든 하얀색의 코트를 입고는 '너는 과학자가 어울리겠다'라든지, 혹은 '의사가 돼볼까?'와 같은 말을 서로 주고받았다. 꿈과 끼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 실험복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글라스같이 생긴 보안경으로 한껏 멋을 내면서도, 올바른 실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차례 반복해 실험도구의 조작을 이어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참된 과학자의 태도를 볼 수도 있었다.

자유학기제 수업은 그 구성에 있어 여러 종류의 자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새로 오신 보건 교사의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혈구 채혈 실험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었다. 청미천 상류의 산지에 위치한 본교의 지리적 자원을 활용하여 도룡뇽알 관찰·연꽃 단지의 수서생물 관찰·하천 탐사·단풍을 활용한 색상환 제작·꽃씨와 풀을 이용한 팔찌 제작 등의 본격적인 생태 중심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근교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에서 세계의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에 대해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자유학기제의 가장 큰 장점은 이렇듯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험과 체험 중심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어느새 무기력증을 이겨내고, 수업을 즐기면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실험결과에 대해서, 진로와 안전문제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물으며 '학습의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관계망에선 당연하게도 폭력문제나 무기력 문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는 별개의 것이 아닌 것이다!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이기만 하면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이번에 우리 교과에서 이 단원 수업하려는데, 선생님 교과에서 이거 같이해주실 수 있으세요~?' 와 같은 대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업 준비에도 더욱 손이 많이 가고 수업 시간도 2배 가까이 늘지만, 다들 흔쾌히 허락해주고 함께 수업을 구상했다. 융합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촬영하고, 상영한 뒤에 큰 흥행을 맛본 감독이 된 듯 기뻐보였다. 이를 통해 교직원 간의 의사소통능력도 많이 향상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논문이나 공문에서나 보던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모습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자유학기제의 시행은 학생들에게도 준 영향이 크겠지만, 교사로서도 많은 것에 도전해보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던 행복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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