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경력 사항 등 최근 사회에서 봉사활동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그 참여와 범위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봉사센터, 봉사단 등의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단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변질시키는 모습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취재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제법 큰 행사였기에 다양한 민관봉사 단체에서 부스 운영에 참여했다. 행사 초반 네일아트 부스를 지나던 50대 여성이 네일아트 봉사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고, 가능하다는 말에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 다른 봉사단원이 얘기했다.

"60~70대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이기 때문에 해드릴 수 가 없다." 젊은 남성의 손톱을 다듬어 주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조금 의아했다. 2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금 사진촬영을 위해 찾은 부스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40대 가량의 노란색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이 네일 아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이기 때문에 해드릴 수 없다며 50대 여성을 그냥 돌려보냈던 곳이었기 때문에 같은 계열의 민관 봉사단체 조끼를 입은 40대 여성이 네일아트를 받고 있는 광경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봉사를 받고자 하는 이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았던 다른 부스들은 북새통을 이뤘지만, 한가할 정도였던 이 부스만이 나이 제한을 두고, 봉사 단원의 손을 매만져 주고 있는 상황이라니…. 문득 '저 민관 단체는 누구를 위한 봉사를 하고 있는가. 교단 행사에 도대체 어떤 도움을 주려고 온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奉仕)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봉사받는 사람과 봉사하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6일을 봉사활동에 매진한다는 봉사단원을 만났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속상할 때는 순수한 의도가 곡해되었을 때나, 봉사를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다"고 말했다.

봉사와 나눔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의도'와 '지속성'이다. 마음과 호의를 나누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순수한 마음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도리어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이 없는 봉사는 죽은 봉사요, 더 이상 봉사라고 할 수 없다. 작고, 낮고, 협소한 곳에서도 진심을 다해 봉공의 참 뜻을 펼치는 것, '진짜 봉사'의 모습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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