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잃지 않는 보존 개발에 초점 맞춰야

▲ 문화사회부는 영산성지 일대를 대상으로 도지정문화재 등재를 추진 중이다. 원불교 근대문화유산의 브랜드화와 효과적인 보존 관리를 기대한다.
지난 7월4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등재 심사에 통과해 한국의 12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자연 재해나 전쟁 등으로 파괴의 위험에 처한 유산의 복구 및 보호 활동 등을 통해 보편적 인류 유산의 파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 및 나라별 유산 보호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197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의거한 유산이다.

2015년 8월 현재 총 1031점(문화유산 802점, 자연유산 197점, 복합유산 32점)의 세계유산이 등재돼 있으며, 유산 등재국은 163개국이다. 이탈리아가 50점, 중국이 47점이 있다. 북한에도 고구려 고분군, 개성역사유적지구 2점이 등재돼 있고, 이웃나라 일본은 18점이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 세계유산으로는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석굴암·불국사(1995년), 창덕궁(1997년), 수원화성(1997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학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까지 총 12점이다.

이번 등재 결정 과정에서 세계유산위원회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산하 자문기구로서 문화유산의 등재 권고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고고학 유적과 건축물이 한국, 중국, 일본의 고대 동아시아 왕국들 사이의 교류를 보여주며, 백제의 역사를, 불교 사찰을 통해 백제의 내세관과 종교를,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를 통해 백제의 독특한 건축기술을, 고분과 석탑을 통해 백제의 예술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백제는 1300년 전 사라진 고대왕조로 그 문화는 공주·부여·익산의 백제문화유산 속에 함축돼 있다. 도성 유적을 비롯해 나성, 산성 등 성곽문화재와 많은 불교유적, 한국 고대 탑의 유형을 보여주는 석탑, 다양한 형태의 분묘유적 등이 1300년 전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유적의 대부분은 학술적인 발굴조사를 거쳐 확인된 것으로, 유적의 성격과 학술적 가치가 규명됐으며, 현재 국가문화재로 지정돼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이들 유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속적인 보존·관리가 이뤄져 왔으며, 단위 문화재별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정비·보존을 추진해왔다.

세계유산 등재는 무엇보다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인류 공영의 문화상이 담겨있다는 점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등재된 유산을 활용해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관리에 의한 문화유산 보존 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후에는 유산 관리자뿐 아니라 관련 공동체, 지역 주민은 세계유산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은 자국 내 세계유산 보존 상태와 보호 활동에 관해 정기적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이 보고를 통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유적지들의 상태를 평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고대국가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새롭게 조명될 것이며, 관광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등 8곳이다.

영산성지 일대 도지정문화재 등재 추진

원불교의 근대문화유산은 모두 예(禮)에 바탕한 공간이다. 공간의 현대적 의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활용'이라는 기계화된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통적 의미로 이해되는 '예'의 개념과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활용'이라는 개념을 원형(禮)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원불교성지 중에서 근원성지로서의 영산성지와 전법성지로서 익산성지에 있는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을 연구의 대상으로 했다. 원불교를 포함한 한국 신종교 단체들의 성지는 상대적으로 보존관리의 상태가 미흡하여 원불교 성지에 대한 연구자체 또한 미흡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6월 익산성지의 근대문화유산이 등록문화재 제179호로 지정되었다. 익산성지의 근대문화유산은 구조물 8동과 조형물 2탑으로 대각전, 청하원, 구정원, 정신원, 본원실, 금강원, 종법실, 공회당과 대종사성탑, 대종사 성비가 그 대상이다. 또한 영산성지 대각전이 2011년 10월에 등록문화재 제481호로 등록되었다. 원불교 문화사회부에서는 대각전뿐만 아니라 영산원 이외 부속건물 일체를 포함한 영산성지 일대를 도지정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하고 있다.

두 성지에는 원불교 초기 유적들이 산재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유산들은 여러 개발논리와 보존관리대책의 허술함으로 인해 원형훼손이 우려되어 왔다. 가장 평화롭고 성스러운 공간이어야 할 성지가 있는 공간에 여러 유해요소가 있는 현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익산성지의 경우 도심 내에 위치하여 사람들의 방문이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교통량의 증가로 인해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관리의 문제가 항상 대두되는 곳이다. 인접한 곳에 대학이 밀집되어 열린종교, 젊은종교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건물들의 디자인에서 젊은이들에게 다가설 만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종교의 성지를 어떻게 매력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100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성지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한 건물이 들어선다면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조물들이 지어졌을 당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더라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문제일 것이다.

종교성지는 무엇보다도 그 종교의 교리를 표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현대의 과학화된 물질문명의 저변에 있는 이치와 도리를 깨우쳐 근원의 법신불을 상징화시킨 것이 곧 일원상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건물과 조경만으로 일원상의 가르침을 상징화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성지의 관리자들 즉, 교역자들의 품성을 일원으로 통합하는 과정이 성지의 파라다이스 건설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다. 단순히 역사박물관의 유물에만 주의를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요구된다. 조계종의 문화사업단의 활동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또한 불교 템플스테이를 원불교식으로 활용하여 성지스테이나 성지스토리텔링을 활성화하는 것도 제안한다.

보존과 개발, 조화 원칙 지켜야

원불교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구조물의 입구에 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는 보조 자료가 갖춰져야 한다. 현대화된 디자인으로 제작된 일원상을 배치하는 것도 좋다. 일원상의 주변에는 근대문화유산임을 알릴 수 있는 문구를 배치해야 한다. 사람들은 안내문을 읽으면서 동시에 일원상을 접하게 되고, 비로소 원불교적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보안 시스템의 보강이 요구된다. 원불교 성지는 원불교인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지닌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논리적 비약이라 할지 몰라도 이는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안에 대한 사전 점검은 반드시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다.

셋째 보존과 개발은 조화를 원칙으로 하되, 보존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개발을 위한 개발은 불가하며, 보존을 위한 개발이 돼야 한다. 과학적 장비를 도입하여 원형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보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보존을 위한 지원을 요구할 때 최대한 자체 역량으로 해야 한다. 만일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교단의 자율성이 침범받을 수 있다. 자율성이 침범 받은 상태에서 얼마나 관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겠는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자체와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일차적으로 영산성지와 익산성지는 각각 전라남도와 전라북도라고 하는 지자체의 관심의 대상이다. 지자체에서 협력을 하게 되면 그들도 책임과 의무를 지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교단의 발전에 지대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를 계기로 원불교 근대문화유산의 브랜드는 물론 효과적인 보존 관리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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