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15

▲ 김준영 교무 / 밴쿠버교당
복잡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외감, 무력감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쩐지 답답하고, 쓸쓸하고, 때로는 화가 나고, 가만히 있으면 '나만 이런 거 아니야?'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하면서 '어디 재미있는 일 없나?'하고 주위를 기웃거리게 되죠.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주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일을 벌이고, 전화를 걸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활동에 참여를 합니다. 하지만, 그때 뿐이고 혼자 있으면 또 다시 맘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이 고개를 들면서 정신적 허기를 느끼게 됩니다. 그야말로 끝나지 않는 외로움과의 전쟁이죠.

이제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밖으로 원하고 구하는 그 마음을 돌이켜서 마음의 힘을 쌓는 일은 어떨까요? 타인의 평가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내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하기보다는 안으로 내 마음의 힘을 쌓아서 주변의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심지어 세상이 나를 원하게 만드는 거죠.

"저 하늘은… (중략)… 자연 천지같은 위력과 천지같은 수명과 일월같은 밝음을 얻어 인천대중과 세상이 곧 천지같이 우대할 것이니라."

우리가 만일 천지 보은의 조목을 실행하여 천지같은 마음으로 살게 되면 천지같은 위력과 수명과 밝음을 얻어서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천지같이 우대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VIP 대우라니 '존재감의 상실'이나 '외로움'은 발붙일 틈이 없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천지 보은의 조목'을 실행하며 천지를 닮은 맘으로 살아가면 될까요?

"1. 천지의 지극히 밝은 도를 체받아서 천만 사리를 연구하여 걸림 없이 알 것이요, 2. 천지의 지극히 정성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간단없이 시종이 여일하게 그 목적을 달할 것이요, 3. 천지의 지극히 공정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원·근·친·소와 희·로·애·락에 끌리지 아니하고 오직 중도를 잡을 것이요, 4. 천지의 순리 자연한 도를 체받아서 만사를 작용할 때에 합리와 불합리를 분석하여 합리는 취하고 불합리는 버릴 것이요, 5. 천지의 광대 무량한 도를 체받아서 편착심을 없이 할 것이요, 6. 천지의 영원 불멸한 도를 체받아서 만물의 변태와 인생의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을 것이요, 7. 천지의 길흉 없는 도를 체받아서 길한 일을 당할 때에 흉할 일을 발견하고, 흉한 일을 당할 때에 길할 일을 발견하여, 길흉에 끌리지 아니할 것이요, 8. 천지의 응용 무념한 도를 체받아서 동정간 무념의 도를 양성할 것이며, 정신·육신·물질로 은혜를 베푼 후 그 관념과 상을 없이 할 것이며, 혹 저 피은자가 배은 망덕을 하더라도 전에 은혜 베풀었다는 일로 인하여 더 미워하고 원수를 맺지 아니할 것이니라."

천지처럼 밝게 천만 사리를 연구하고, 천지처럼 정성스럽게 만사를 시작부터 끝까지 정성을 다하며, 천지처럼 원근친소나 희로애락에 끌리지 않는 중도를 잡고, 천지처럼 순리자연하게 합리는 취하고 불합리는 버리며, 천지처럼 광대무량하여 편착심을 없이 하고, 천지처럼 만물의 변태와 생로병사에 해탈을 얻으며, 천지처럼 길흉에 끌리지 않고, 천지처럼 정신·육신·물질로 은혜를 베풀고 베푼 후에는 천지처럼 관념과 상을 없이하는 거죠.

'덕불고(德不孤)'라고 하죠. 덕이 있어야 외롭지 않습니다. 천지를 닮은 마음으로 천지같은 덕을 실행해보는 일. 외로움으로부터의 진정한 탈출구가 아닐까요?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