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통해 아이들 마음에 작은 씨앗 하나 심어줘
싹 틔워 큰 나무 되길 기대

필자가 지도하고 있는 뮤지컬 동아리의 단원은 1, 2, 3학년을 통틀어 30명이다. 그런데 올해 준비하는 뮤지컬에는 배역이 13자리 밖에 없다. 그러니 2, 3학년 선배들에게 배역을 주고 1학년들은 앙상블로 코러스를 넣는 정도로만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부터 1학년 아이들이 하나둘 연습에 빠지고 지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빠지는 아이들을 불러 물어보니 배역이 없으니 보고만 있기 너무 지겹다는 것이었다. 선배들이 연습하는 것과 공연하는 것을 잘 봐둬야 내년에 배역을 맡았을 때 더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지만 지금은 일단 재미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작은 공연이라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 이런 경험없이 반복된 연습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1학년들만을 위한 작은 공연을 하기로 했다.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넘버들과 청소년들이 부르기 좋은 노래들을 모아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마음'을 기획한 것이다.

일단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노래들을 고르고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노래들을 묶어 3개의 파트로 나누었다. 첫 번째 파트의 주제는 '마음'이고 고운말, 배려, 사랑, 우정에 관한 노래를 넣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배려'를 주제로 하는 노래의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이고 가사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서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야. 오늘 하루 동안 몇 번이나 다른 사람 위한 마음이었나 생각해봐요 우리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를 라라라라라~ 우리 함께 손과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자~' 이다.

두 번째 파트의 주제는 '세상 보기'이다. 학교와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기에 노래를 통해 세상 곳곳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고 시야를 넓혀 주고 싶었다. 여기에는 공정무역 초콜릿 이야기, 모피로 희생되는 동물들 이야기, 아프리카에 염소를 보내자는 이야기, 환경이야기 등을 담았다. 여기서도 하나의 예를 들자면 모피로 희생되는 동물 이야기의 노래 제목은 '따뜻한가요?'이고 가사는 '따뜻한가요? 그대 나로 인해~ 따뜻한가요? 그대 나로 인해 나는 나의 모든 걸 뺏긴 채 이렇게 울고 있는데 내 얘기를 들어봐 주세요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 파트의 노래들을 아이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고 한 아이는 이런 이야기를 노래로 전할 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다는 기특한 말도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파트의 주제는 '꿈'이다. 여기서는 '꿈을 꾸는 이에게', '꿈이 있다면', '꿈꾸지 않으면' 등 아이들의 꿈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노래들을 모두 담았다. 꿈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꿈이 얼마나 소중하고 꼭 필요한 것인지 노래를 통해 세뇌(?)라도 시키고 싶었다.

이렇게 아이들의 노래들에 직접 피아노 반주를 하고 실로폰, 멜로디언, 마라카스, 탬버린 등 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들로 효과음도 넣어가며 점심시간마다 모여 연습하고 있다.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초대장도 만들어 직접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음악실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이지만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기에 준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소중한 공연이다.

우리는 일주일 뒤 공연을 한다. 곧 공연을 한다는 기대감에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작든 크든 공연은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인 것 같다. 이번 공연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 하나씩 심을 수 있을 거라 기대와 그 씨앗이 싹을 틔워 큰 나무가 될 거라는 기대를 함께 해본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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