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원불교학과 염관진 교무
미붓아카데미서 칸트 철학 특강

마음의 절대성·공적영지
신앙하고 수행하는 것이
미래의 형이상학과 종교

"칸트는 서양 형이상학 그리고 형이상학을 이론적 사상적 토대로 삼는 서양 종교의 '몰락'을 선언한다."
11일 미붓아카데미(대표 이학종)가 마련한 '21세기 불교를 철학하기'에서 원광대학교 염관진 교무(호적명 승준)가 '칸트의 초월형이상학과 유식불교'를 주제로 서두를 꺼냈다.

그는 "그의 학문의 절정기에 〈법 이론의 형이상학적 시원들〉 서문에서 1781년에 출판된 자신의 〈순수이성비판〉이 출간되기 이전에 '어떤 철학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언명하고 있다"며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원을 인간 밖의 '이데아'에서 찾은 플라톤 철학, '초재적 신'(超在的 神)에서 찾은 중세 교부철학의 '유신론'(有神論) 그리고 존재와 인식의 근원을 인간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질로 파악한 '소박한 객관주의'나 '객관적 실재론'과 같은 '유물론'(唯物論) 전체를 부정한다"고 말했다.

칸트는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원을 더 이상 인간 '밖'의 초재적 신이나 물질에서 구하지 않고 인간 '안'의 '심성'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철학은 '내재주의'(內在主義)다. 내재주의 철학은 '우주만유의 본원'을 '일원'(一圓)으로 그리고 그 '일원'을 모든 인간들의 '심인'(心印)으로 통찰한 소태산 대종사의 통찰과 일맥상통한다"며 "인간 심성에 내재한 '공적영지의 광명'(空寂靈智의 光明)이 '우주만유의 본원'이라는 소태산의 깨달음은 새로운 서양 형이상학의 쇠퇴 이후 '형이상학의 부활'을 선언한 칸트 통찰의 사상적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

칸트는 유신론 중심의 서양 철학사와 종교사에 등장한 모든 형이상학적 주장들을 '법정'에 세우고 그들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 법정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이다"며 "순수이성 비판이란 […] 도대체 형이상학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결정하고, 형이상학의 원천과 범위 그리고 한계를 규정하되 그것들을 모두 원리로부터 수행함을 뜻한다"고 밝혔다.

칸트 이전의 형이상학의 역사에서 형이상학적 주의 주장들의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는 확실한 측정단위나 분동(分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 이성에 대한 비판 없이 신 존재를 독단적으로 주장한 자는 '광신'과 '미신'에 빠지고, 신 존재를 부정하는 회의론자와 경험론자는 '자유사상적 무신앙'에 빠져 '무신론자'가 되며, 신이 아닌 물질을 존재의 근원이라고 설명하는 자들은 '유물론'과 '숙명론'에 빠진 것이다.

그는 "이들을 인류 공동체에 유해한 자들로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서 '유물론', '숙명론', '무신론', '자유사상적 무신앙', '광신 및 미신', '관념론', '회의론'의 뿌리를 근절하고자 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원이 신도 아니고 물질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라는 통찰에서 '인간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독단적 서양 형이상학의 몰락과 새로운 '형이상학의 부활'을 가늠하기 위한 '측정단위'와 '분동'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인간관을 제시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칸트는 인간을 '인격'(人格)과 '물격'(物格)의 '이중의 자아'(ein zweifaches Ich)로 구분한다"며 "'물격으로서의 자아'는 '짐승'이나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자아다. 짐승과 동물로서의 자아는 세속적인 명예, 권력 그리고 이기적인 사적 욕망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 자들이다. '인격으로서의 자아'는 이러한 '물격으로서의 자아'와 완전히 단절된 자아다. '인격으로서의 자아'가 모든 감관직관을 넘어서 있기에 인식 가능하거나 설명 가능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인간의 마음 자체가 '분별' 너머의 것이기 때문이다"고 발표했다. 설명 불가능하기에 '언어도단의 입정처'인 인격으로서의 자아는 '분별성'과 '주착성'을 초월했으며 대소와 유무, 생멸과 거래, 선과 악의 모든 상대를 넘어선 '절대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절대성'과 '무한성'이 더 이상 신의 속성이 아닌 수행을 통해서 인간이 회복해야 할 인간의 본질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 마음의 다름 아닌 '공적영지의 광명'이 '우주 만유의 본원'이라는 통찰이 바로 기독교 중심의 서양 형이상학의 몰락을 선언하고 새로운 미래의 형이상학의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분기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 안에서 '절대성'과 '공적영지'를 자각하는 형이상학과 종교, 그리고 본래 이 마음의 '체성'(體性)에 합일하기 위해서 마음의 '절대성'과 '공적영지'를 신앙하고 수행하는 형이상학과 종교가 미래의 형이상학과 종교라는 것이 칸트의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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