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정전〉

▲ 김준영 교무/밴쿠버교당
원기100년은 원불교인들에게 정말 소중한 해입니다. 저 또한 수년 전부터 특별한 각오로 준비하고 맞이한 이 한 해를 보다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특단의 마음을 일으켰죠. 원기100년 10월10일 오전10시부터 1,000일 기도를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기도를 통해 마음을 챙기면서 밴쿠버교당이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해결은 결국 '세상 모든 존재의 참 평화와 행복을 축원하고, 나 자신을 비롯하여 함께하는 모든 기원인이 스스로의 잘못을 고치고 선업을 쌓아가며 함께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정진'이 병행되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내 힘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과 이웃들의 목숨을 바친 희생과 끊임없는 협업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것을 깨달아 나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종교의 존재 이유이고, 우리가 교당을 다니는 이유이자, 밴쿠버에 교당이 안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우리가 동포에게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사람도 없고 금수도 없고 초목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라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런다면 누구나 살지 못할 것은 다 인증할 것이다. 만일, 동포의 도움이 없이, 동포의 의지가 없이, 동포의 공급이 없이는 살 수 없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오. 대범, 이 세상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네 가지 생활 강령이 있고, 사람들은 그 강령 직업 하에서 활동하여, 각자의 소득으로 천만 물질을 서로 교환할 때에 오직 자리이타(自利利他)로써 서로 도움이 되고 피은이 되었나니라."(〈정전〉, 동포 피은의 강령)

평소에 무감각하게 살아서 그렇지, 사농공상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은혜가 아니면 우리는 배우고 먹고 입고 사는 등의 사람다운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죠. 어떻게든 생명은 이어갈지 몰라도 사람다운 삶의 질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사람뿐만이 아니죠. 날고 기고 걷고 헤엄치는 뭇 생명들이 우리의 생명 지속을 위해 수도 없이 바쳐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채식을 한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려는 채소의 생명을 꺾고, 채소를 가꾸고 유통하고 요리하기 위해 땅 위에서 땅 밑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희생과 수고로움 위에 한 끼의 식사가 가능해지는 법이니까요.

이와 같은 모든 생명과 타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우리는 태생적으로 너무 큰 은혜를 입고 사는 '빚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우리 욕심만 챙겨서는 안 될 것 같은 대목입니다. 그래도 조금만 균형감각을 갖고 보면 대안이 있습니다.

내 생명 소중하듯이 다른 생명도 소중하고, 내 행복이 소중하듯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소중하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게 될까요? 그들의 희생과 수고로움으로 내 생명이 이어지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다른 생명을 대하고 타인을 대하며 내 욕심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자리이타', 나도 좋고 남도 좋을 수 있는 길. 나를 좋게 하려고 타인의 손해나 고통을 저버릴 것이 아니라 '공정한 자리'에서 함께 좋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노력하는 삶을 사는 거죠. 어려울 것 같죠? 실천을 해보세요. 그 또한 기쁨이 있음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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