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재가 출가교도들의 회상 공동체이다. 재가교도는 가정에 처하면서 이 공부 이 사업에 기여하는 사람이며, 출가교도는 출가(出家)를 해서 공도에 무아봉공하는 전문 성직자이다. 물론 원불교는 재가 출가를 차별하지 않고 그 공부와 사업의 공적에 따라 예우하는 평등 종교이다.

일찍이 정산종사는 "재가와 출가가 마음에 있고 몸에 있지 않다"고 했다. <정산종사법어>응기편 44장. 이 말씀은 재가나 출가나 그 마음이 중요하지, 형식이 중요치 않음을 뜻한다. 비록 재가라 하더라도 그 마음이 거진출진(居塵出塵)이 되면, 그가 소태산 대종사의 진실한 제자요, 설혹 출가라 하더라도 그 마음이 세욕에 물들어 산다면 진정한 전무출신(專務出身)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무출신은 글자 그대로 자신의 심신을 공도에 바쳐서 오롯이 무아봉공하는 거룩한 사람이다.

원불교는 100년 역사를 지내오면서 재가출가간 신심 깊은 혈심교도들의 합심합력으로 오늘날 교단의 저력을 갖게 됐다. 특히 초창 당시 전무출신들의 단심혈성(丹心血誠)은 가히 천지도 감동케 했다. 정산 송규 종법사가 친히 지은 대재 '전무출신전 고축문'에 보면, "자신의 영욕과 사가(私家)의 흥폐를 불고하시고 오직 순일한 정성으로써 마음은 회상에 드리고 몸은 공중에 바쳐서 천신만고와 역경 난경을 당할지라도 이를 감내하시고 초월하시며 혹은 동 혹은 서와 혹은 추위와 혹은 더위에 정신을 태우고 땀을 흘리되 이를 의무로 알고 낙으로 여기사 무아봉공의 대의를 끝까지 다하셨다"고 찬송하고 있다.

현재 교단은 2천여명의 전무출신이 있다. 현역이 1천 6백여명, 퇴임자가 4백여명이다. 시대의 흐름인지 전무출신 지원자는 날로 줄어들고, 퇴임자는 늘어가고 있다. 젊은 전무출신이 참으로 귀한 때이다. 자녀 출산이 적어진데다 생활도 향상이 되고 생각이 자유로워져서 종교 성직자로 구속된 삶을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스스로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자 하는 가치관을 갖기가 참으로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무출신 후진들에게 창립 당시의 선배 전무출신들의 삶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는 어렵다.

전무출신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가질 경우, 최소한의 복지 대책은 교단이 자발적으로 세워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고귀한 서원을 발하고 출가한 전무출신들이 불필요한 정신 소모를 하지 않고 교역에 오롯할 수 있을 것이다. 용금을 급료수준으로 상향하고, 주거대책을 교단의 힘으로 세워야 한다.

물론 전무출신 개개인은 무아봉공의 출가 정신을 늘 새롭게 해야 하며. 교단이 자신을 예우하는 것을 계교하지 말고 자신이 교단 발전을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성찰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단과 전무출신 개개인이 서로 이러한 자세를 갖는다면 교화 발전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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