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 국제선방
갈등과 비평화는 물질아닌 정신

국제선방 입선을 위해 네덜란드에서 한국을 찾은 마그리트 페쉬어(Margreet Peschier)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3박4일의 일정을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이번 한국행은 4번째로, 그와 한국의 인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숨어있다.

"2010년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유럽에 입양된 한국인 순례자를 알게 됐다"는 그는 이듬해 일본을 찾았다가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한국으로 경로를 바꿨다. "한국에 온 김에 연락된 순례자가 이원일 교도를 소개해 줬고, 알고 보니 그가 세계에스페란토협회 임원이었다"는 그는 이미 20년 전부터'에스페란티스토'였던 것. 당시 7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며 한국 문화에 빠진 그는 "한국어를 몰라도 에스페란토로 소통할 수 있어서 편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페쉬어 씨는 네덜란드로 돌아가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라이덴대학과 이웃나라 스웨덴까지 가서 한국어를 배우며 매년 한국을 찾아온 것이다. 중앙총부에도 방문했던 그는 "정산종사성탑의 부조가 인상 깊었다"며 "평화를 추구하며 늘 함께 이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가톨릭 신자지만 불교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 국제선방을 통해 "전 세계의 갈등과 비평화에 대해,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좌선과 108배는 자세가 낯설어 어렵지만, 할수록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스페란토에 대해서는 "언어를 모르는 나라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고, 이질감 없이 현지에 섞여들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설명한 그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를 배우는 현상에 대해 반가움을 표현했다. 남은 기간 동안 한국어를 배우는 한편, 유기농업과 관련해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인 그는 "원불교, 교무, 교도들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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