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달빛
자하문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
큰 보살

바람 소리
솔 소리

범영루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 달빛
자하문

바람 소리
물소리

'불국사(佛國寺)'- 박목월(朴木月 1916-1978 시인)

신라의 김대성은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석굴암 석불사를 창건하고, 현생의 부모를 섬기려고 불국사를 지었다고, '삼국유사'는 전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불국사는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불의 사바세계, 무량수경에 나타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화엄경에 나타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蓮花藏) 세계를 형상화한 고도로 상징적인 사찰이다.

위 시는 가을 달밤에 고즈넉한 불국사의 정적미를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서술어를 생략하고 명사 중심으로 간결하게 묘사된 이 시는 얼마나 함축적인가. 그것은 침묵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조용한 성품의 반영이리라.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국력이 소모되고 나라가 소란한 이 가을에 불국사 대웅전에서 부처님은 어떤 미소를 짓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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