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 만드는 모든 것이 문화
마을 곳곳 교당 합력 기대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중심에는 팔거천이라는 하천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1년 전 정비사업을 통해 이곳을 커다란 공원으로 만들었다. 자전거 길과 운동시설, 화단 등이 생기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민들이 나와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고 있다. 나 역시 아이들과 이곳에 나가 산책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금방 친해져 몇 시간이고 잘 논다.

한국의 주거 문화가 아파트로 변해가면서 마당이 없어졌고, 집밖에는 차가 다녀 집에서만 놀던 아이들이 맘 놓고 뛰어 놀만한 공간이 없었는데 이 팔거천변 공원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놀 공간이 생겼고 어른들도 여가 시간을 보내며 동네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졌다. 도시의 중심에 흐르는 하천이지만 여름이면 제법 개구리 소리도 들리고 작은 물고기들도 살고 있어 두루미 떼와 엄마오리, 아기오리들이 이곳을 찾는다. 완전한 자연하천은 아니지만 물풀과 주변의 식물들도 계절을 따라 변해가며 도시에서 충분히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얼마 전 이곳에서 우리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들이 모여 팔거천을 더욱 깨끗하게 살리기를 주제로 마을 문화제를 했다. 각 단체들은 성격에 맞는 부스를 운영하며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강북교당에서도 이 행사에 참여했는데 황토에 EM을 섞어 아이들이 갖가지 모양을 만들게 하고 잠시 전시한 후 행사가 끝날 때쯤 하천에 던지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정복을 입은 교무와 교도들이 따뜻한 미소로 찾아오는 주민과 아이들을 맞아주었고 아이들은 자신이 흙으로 만든 곰돌이, 토끼 등이 하천에 던져지면 EM이라는 이로운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정화시킨다는 설명을 들으며 뿌듯해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원불교를 소개하고, 환경을 살리는 공익적인 활동을 함께하며 주민들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교화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오고가며 원불교라는 이름을 보았다며 친근함을 보이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 행사를 주최하는 시민단체인들도 원불교가 공익적인 일에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요즘 세상이 예전과 같이 이웃과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이웃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층간 소음 등의 사회적 문제와 함께 껄끄러운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 마을, 이웃 등의 따뜻한 단어들을 내세워 함께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주제로 문화제를 연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공동체 정신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날 다양한 부스활동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공연도 함께 했다. 우쿨렐레를 좋아하는 어른들의 연주,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난타를 연주하는 초등학생의 공연, 어린이집 아이들의 앙증맞은 율동까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붉게 물든 노을이 자연 조명이 되어주며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연들이었다.

필자도 문화코드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문화라는 것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하며 만들어 내는 그 모든 것이 문화이다. 함께 좋은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을 더욱 아름답게 하기 위해 생각들을 모아보고, 그러면서 일어나는 현상들과 결과물들이 문화인 것이다. 마을 곳곳에 아름다운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 나의 마음 하나 보태는 일에 인색하지 않아야 겠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박한 마을 문화제에 마을 곳곳에 있는 교당이 함께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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