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앙총부에서 정토대회가 열렸다. 원기 100년을 기념하는 정토들의 모임이었다. 정토(正土)는 원불교 남자 전무출신의 부인을 지칭하는 호칭이다.

정토회의 유래는 정산종사의 유시와 법문에 기초한다. 〈정산종사 법어〉 경륜편 29장에 따르면, 정산 송규 종법사가 전무출신 권장 부인들의 친목 수양 단체로 정토회를 조직토록 하며 "터전이 발라야 만물이 올바른 화육을 얻고, 내조와 권장이 튼튼하여야 교단의 일꾼들이 사없는 봉공을 하게 되나니라. 땅이 그 기운을 바르게 하면 지상의 만물이 다 바른 생성을 얻을 것이요, 아내가 그 권장을 바르게 하고 어머니가 그 감화를 바르게 하면 그 남편 그 자녀가 바른 활동 바른 성장을 얻을 것이니, 이것이 곧 교단을 바루고 세계를 바루는 바탕이 되나니라"고 일깨웠다.

새 회상 일원대도 원불교의 정토는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의 부인인 십타원 양하운 대사모(大師母)로 비롯된다. 원기 60년대까지만 해도 교단은 전무출신 부인들의 호칭을 사모로 불렀다. 정산종사 부인은 청운사모, 주산종사 부인은 길선사모, 대산종사 부인은 영훈사모로 불렀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사모란 호칭이 사라지고 정토란 호칭으로 불려지고 있다. 십타원 대사모란 호칭은 영원히 존속될 호칭이다. 그런만큼 전무출신 부인에 대한 통칭을 정토라 부르는 문제는 다시 깊이 숙고해 봐야 할 문제라 본다. 물론 사모란 말이 개신교 목사 부인에 대한 호칭인 것도 사실이고, 일반적으로 상사(上司)나 다른 사람의 부인을 경칭할 때 쓰기도 한다.

현재 교단은 국내외에 700여명의 정토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남자 전무출신들이 많아지고, 남자 전무출신의 경우, 정남(貞男, 독신)은 드물고 거개가 결혼을 하는 관계로 정토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전무출신 자녀인 원친(圓親)까지 합하면, 참으로 큰 집단이다.

교단 창업기 전무출신 선진들의 가정과 그 부인과 자녀들의 생활상을 보면 참으로 간고하고 절제된 삶이었다. 정산종사가 대종사의 유지를 받들어 원광대학교를 만듬으로써 대학의 큰 그늘에서 수많은 전무출신 가족들이 의지하며 생업에 도움을 받았다. 1980년대 대학의 성장과 더불어 전무출신 부인과 자녀들이 교수나 교직원, 병원 간호사 등 직업을 얻게 되고 대학 주변에서 하숙집을 운영해서라도 가정 경제를 꾸려 갔던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전무출신을 이어 가는 가정이 있고, 어머니에 이어 딸도 정토를 하는 가족이 있는 등 원불교가 자신들의 삶에 추(樞)가 되는 사람들이 수상을 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다. 정토들도 전문직을 갖게 되는 추세이고, 교단도 전무출신 가정에 큰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앞으로 전무출신 가정의 삶이 윤택해 지리라 믿는다.

유감스런 일이 있다면, 대회 식순에 노래를 부르는데, 성가 26장 정토회가(땅이 세상 만물을)는 부르지 않고, 후진들이 작사 작곡한 정토찬가를 부르는 것은 자신들의 뿌리는 두고 지엽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아쉬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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