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부터 31일까지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평양에서 열렸다. 남이나 북이나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교류사업이다.

1882년 이후 축구는 외국에서 전파된 단순한 놀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 시기인 1920년대 중반 조선축구단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의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대외적으로 축구 실력이 인정받자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식민 통치자였던 일본 팀을 대상으로 한 승리는 단순한 스포츠 영역을 넘어서는 민족적 승리로 각인됐다. 그 정신은 오늘날 '한·일 축구경기'로 이어져 승리하면 모든 용어를 동원해 민족의 승리로 기사화되고, 패배하면 민족성이 부족하다는 자책을 한다.

북한은 "신체를 다방면적으로 발전시키며 집단주의 정신과 혁명적 동지애, 굳센 의지, 규율준수에 대한 자각성과 책임성 등 고상한 사상과 도덕적 품성을 개발함으로써 국방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고 체육을 정의한다.

체육을 집단주의 정신 함양과 민족성 고취, 국방력 강화의 수단으로 파악하고, 축구를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해 국가체계를 유지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2011년 발표된 신년공동사설은 "온 나라에 체육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축구강국, 체육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상기시키고,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 구호로 삼고 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축구는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체육종목이다"며 축구를 강조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축구강국이 사회주의 문명국가 건설의 핵심으로 삼고, 직접 축구경기를 지도하는 등 국가차원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단일팀은 아니지만 남북은 축구라는 체육으로 교류를 꾸준히 해왔다.

1990년 남북 축구국가대표팀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통일축구대회'를 가졌고, 1999년 8월, 2007년 5월 남북노동자축구대회가 열렸다. 그리고 2002년 9월 서울에서 '유럽-코리아재단' 주선으로 남북통일축구대회, 2005년 8.15민족대축전 기념 남북통일축구대회 등이 열렸다. 이에 앞서 일제 식민지 시기인 1929년부터 서울-평양 간 경평축구대회가 당시 일제의 압박 속에서도 열려 민족 단합정신을 가져왔고, 1946년까지 이어졌다.

분단 이전 우리 민족은 축구로 저항의식을 키워왔고, 분단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축구로 분열과 단합을 번갈아 경험했다.

공 하나로 민족주의와 집단의식을 발휘하는 경기인 축구, 분단의 아픔을 딛고 통일을 위한 민족주의와 집단의식 고취의 상징이 될 때가 언제 올 것인가.

<서울디지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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