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
어린 시절, 부처님께서 '인생이 고통의 바다'라고 하신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데 왜 인생이 고통이냐 하는 생각을 했죠. 남들은 몰라도 최소 나는 고통없는 삶을 살아보리라는 기대로 출가를 하고 '고통없는 삶'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출가 후 세월이 흐를수록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에 없었던 힘듦이 가중됐습니다. 가슴은 뜨겁고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와 도전의 연속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선배님이 보내주신 한 권의 책으로 그 어리석은 나날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죠. '고통에서 자기완성으로'라는 부제가 달린 〈끝나지 않은 길〉이라는 이 책은 고통의 두 종류를 제시하고 끝낼 수 있는 고통과 끝나지 않을 고통을 분명히 알려주었습니다.

우리의 어리석음이나 분별, 욕심, 집착 등으로부터 비롯되는 고통은 불필요한 고통으로서 마음을 맑히고 지혜를 밝히는 등의 수행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한 수고로움은 인간의 성장이나 자기 완성을 위해 반드시 감수하고 겪어내야만 하는 끝나지 않는 고통이라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는 한 모든 인간은 일정 정도의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더욱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에 상응한 수고로움을 반드시 견뎌내야 하죠.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노력이 필요하죠. '자력양성'이라고 합니다.

"자력이 없는 어린이가 되든지, 노혼(老昏)한 늙은이가 되든지, 어찌할 수 없는 병든 이가 되든지 하면이어니와, 그렇지 아니한 바에는 자력을 공부삼아 양성하여 사람으로서 면할 수 없는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힘 미치는 대로는 자력 없는 사람에게 보호를 주자는 것이니라."(〈정전〉 자력양성)

사실 우리들 내면에는 고생은 피하면서 좋은 것은 가지고 싶어하는 어리석은 욕심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히 심했죠. 부모·형제·부부·자녀·친척에게 의뢰생활을 하려는 사람, 타인에게 빚을 지고 부모 형제 친척을 어렵게 하는 사람, 특히 여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육의 기회나 사교의 권리, 재산에 대한 상속권 등을 얻지 못해 평생을 남편이나 자녀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력양성이 필요하죠.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인정하고 사람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며, 정신의 자주력과 육신의 자활력과 경제의 자립력을 갖추어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갖추어진 힘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기꺼이 도와준다면 본인은 물론 함께 사는 사람들도 얼마나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라고 하죠. 많은 것을 갖추었으나 스스로의 행복에 머물지 않고 그렇지 못한 자를 위해 기꺼이 돕고 나누고 기여하는 정신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정신의 자주력,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요? 좋은 것은 기꺼이 나눠가지려는 관심과 실천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밴쿠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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