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밴쿠버교당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을까'하는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학교나 직장, 배우자를 결정해야 하는 등' 보다 복잡하고 중요한 선택들이 있죠. 일상적인 기호의 문제나 사소한 선택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 번의 선택이 끼치는 영향이 막중한 경우에는 보다 신중하고 현명함이 요구됩니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도 있어서, 누구에겐가 묻고 배워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어떻게 보면 갈수록 세상이 복잡하고 변화도 빨라서 어쩌면 우리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더 한정적이고, 누군가와 상의해야 할 영역이 더 많은지도 모릅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우스갯소리지만, 운전을 하다 길을 잃었을 때, 남성과 여성이 대처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남성들은 헤맬 수 있는 데까지 헤매면서 스스로 길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여성들은 어떻게든 차를 세우고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죠.

우리는 이와 같이 길을 잃을 때 뿐 아니라, 종종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혼자 하는 일은 그래도 좀 쉽죠. 하지만, 두 사람 이상이 관계를 맺고 상충되는 의견 속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럴 경우, 원불교에는 분명한 지침이 있죠. '지자본위'입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스승 삼아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중심으로 삼으라는 거죠. 과거와 같이 '남녀나 노소, 반상, 적서, 종족' 등 성별이나 나이,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차별적인 입장이 아니라 그 앎의 정도에 따라, 예를 들어, '솔성의 도나 인사의 덕행, 모든 정사에 대한 처리, 생활에 대한 지식, 학문이나 기술, 기타 모든 상식 등 어느 방면으로든지 자기 이상이 되는 이'를 스승 삼아서 묻고 배우고 일을 맡기라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결국 일도 더 잘 되게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과 안목을 너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다 이해관계까지 얽히면 문제는 복잡해지죠. 그러니 늘 열린 마음으로, 내 입장에서만 판단하고 결정하려 하지 말고, 지자본위의 도로 묻고, 배우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잘 아는 사람, 전문가를 우선시하고, 존중하여 묻고 배우고 일을 맡기게 된다면 이 세상도 더욱 발전하리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지자본위'는 개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자 사회에서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죠.

이 지점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과연 내가 처한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나보다 나은 사람들일까요? 내가 속한 가정, 교당, 기관, 사회 곳곳에서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 나는 어떤 표준으로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고 결정권을 가져야 할까요?

한 마음 돌이켜 보면,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습니다. 나보다 능한 부분들이 있죠. 겸허한 마음으로 스승 삼으면 누구든 나를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스승이 됩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이고, 내가 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갈 길이 멉니다. 사람들은 나를 멀리하고 내 삶에 성장은 없죠.

겸허한 마음, 열린 마음이 지자본위의 도를 실천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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