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잡초를 보며

심전 계발, 마음공부를 농사에 비유한 말이다.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공부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때로 묵은 밭을 매는 농부의 마음이 되기도 마음의 터전에 씨앗을 뿌리는 농부가 되기도 하면서 마음농사는 멈출 수가 없는 것임을 절감한다.

봄볕 아래 호미를 들고 밭을 맸다. 비가 온 뒤라서인지 풀이 무성해서 채소와 잡초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찌되었든 채소를 잘 키우려면 잡초를 제거해야 하고,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싱싱한 채소를 얻기 쉽지 않을 터이다.

이러한 채소와 잡초의 관계를 마음공부에 비유하여 표현하면 팔조(八條)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팔조는 여덟 가지 조목으로서 마음공부가 잘되도록 하는 네 가지 조목과 마음공부를 방해하는 네 가지 조목을 말한다. 마음공부가 잘되도록 하는 네 가지 조목은 진행 사조라고 하여 신‧분‧의‧성(信‧忿‧疑‧誠)을 가리키며, 마음공부를 방해하는 조목은 사연 사조로서 불신‧탐욕‧나‧우(不信‧貪慾‧懶‧愚)이다. 신은 믿음, 분은 분발심, 의는 의문, 성은 정성이다. 이러한 신과 분과 의와 성의 반대가 되어 부처의 마음이 자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믿지 못함과 지나친 욕심, 게으름과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채소가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자라면 잡초가 자리를 잡지 못하듯이 진행 사조가 마음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 사연 사조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반대로 사연 사조가 마음속에서 크게 되면 진행 사조를 다시 찾아 추스르기 힘들게 된다. 그래서 농부가 논밭을 돌보듯 공부인은 늘 자신의 마음상태를 돌아보고 또 돌보아야 한다.
마음공부를 쉼 없이 잘하도록 하는 힘이 바로 팔조이다.

삼학이 수행의 원리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면 팔조는 삼학 수행을 잘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일원상 수행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며 수행뿐만이 아니라 사은 보은의 신앙과 사요 실현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팔조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큰 원이 있은 뒤에 큰 신(信)이 나고, 큰 신이 난 뒤에 큰 분(忿)이 나고, 큰 분이 난뒤에 큰 의심이 나고, 큰 의심이 있은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으며, 깨달아 아는 것도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통 만통이 있나니라”라고 하셨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팔조를 통해 진리를 알아가고 진리에 합일하는 삶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밝은 태양빛이 어둠과 추위를 잠식하듯이 우리 마음에 신과 분과 의와 성을 키워 보이지 않은 어둠과 그늘을 헤쳐 가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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