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교단 총회가 끝났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속에 열린 총회인지라 참석자가 적었지만 잡음이 없이 조용한 가운데 치뤄졌다. 이번 총회의 진행은 지난 교정팀이 주관했지만 총회가 끝난만큼 새 교정팀이 들어서서 교구장을 비롯 새 해 인사를 주관하고, 경산종법사 남은 임기 3년 교정을 꾸려가게 됐다.

세상이 날로 복잡해지고 환경이 어려워지는 만큼, 종교 교화나 교단 통치도 만만치 않다. 지난 남궁성 교정원장이 이끄는 교정팀도 교단 창립 100년 성업봉찬의 기초작업을 추진하느라 노고가 많았다. 내년 100년 성업기념대회를 앞두고 교정팀을 유지하지 않고 교체를 한 것은 교헌개정 문제나 일본 치바법인건 등 복잡한 일들이 파생된 만큼 교정팀을 바꾸어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대책을 세우기 위함이라고 판단된다.
8일 속회된 수위단회에서 경산종법사는 대각여래위와 출가위 법위사정의 안을 내놓았다. 용타원 서대인 종사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정식 대각여래위로 추존됐다. 열반인을 포함해서 재가출가교도 가운데 28명을 정식 출가위로 추존 또는 사정을 했다. 법위사정의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현행 교단법상 정식 출가위 이상 법위사정의 제안자가 종법사인 만큼 종법사가 어떠한 생각과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원정사, 대원정사의 성인이 결정되는 현실이다. 법위사정과 관련한 이러한 통치 행위는 교단의 긴역사와 더불어 그 순기능과 역기능 간에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법강항마위와 출가위, 대각여래위 등 성현에 해당되는 법위를 널리 개방한 만큼, 그 법위 해당자와 재가출가 전 교도는 수염에 불난 듯이 용맹정진을 해서 법을 내어놓은 소태산 대종사의 본의와 성지(聖志)에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재가출가 구성원들이 새 교정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무엇보다도 긴급한 것은 어려운 교화현장에서 힘들게 근무하고 있는 교무들의 사기를 불러 일으키는 일이다. 중앙총부 간부들이 더더욱 겸양하고 현장교무들과 소통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회관 자리에 추진하고 있는 백년기념관 일이나, 교정원 서울 이전의 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성업기념대회, 일본 치바법인 해결의 건 등 현안을 추진하면서 교단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합력을 받아서 수월스럽게 일을 성사시키려면 보다 주도면밀한 비전과 경륜을 가지고, 추진계획을 수립해서 구성원들의 의혹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한은숙 교정원장이 감찰원장 직무 수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열린자세로 소통하고 책임지는 교정으로 이끌겠다는 취지의 취임사를 한 만큼, 큰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재가 출가 교단 구성원 모두는 새 집행부를 믿고 크게 합심합력을 해서 원기 2세기의 교화중흥을 위해 함께 매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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