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궁이 눈앞에 환히 드러나
원불교성가의 일반적 특징

▲ 방길튼 교무
이 병은 어디서 왔나 삼세의 업장에서라
묵은 빚 갚아 가나니 앞날은 가뿐하오리


127장) 크게 안정하리라
김대거 작사 / 김규환 작곡

1. 크게 안정하리라 음식 조절하리라
병을 잊으리라 보고 듣는 것도 놓으리라
이 생각 저 생각도 놓으리라
새 힘 기르리라 새 힘을 기르리라

2. 크게 안정하리라 음식 조절하리라
병을 잊으리라 보고 듣는 것도 놓으리라
한 생각 적멸궁에 소요하면서
새 힘 기르리라 새 힘을 기르리라

병을 잊으리라 보고 듣는 것도 놓으리라

〈성가〉 147장 '크게 안정하리라'는 대산종사의 건강법인 대안정(大安定), 절음식(節飮食), 망병약(忘病藥), 단견문(斷見聞), 물사려(勿思廬)의 정양5칙를 새 성가 편성할 때 우리말로 풀어쓴 작품이다. 대산종사는 원기34년(1948) 4월 총부 서울출장소장으로 근무하다 폐결핵이 재발하여 정산종사의 명으로 원평교당(금평 저수지로 수몰된 옛 원평교당)에 머물며 요양을 하게 된다. 이 때의 대산종사는 망태를 어깨에 메고 구릿골 일대의 구성산, 제비산, 금산사, 귀신사, 학선암, 청련암 등지를 소요하며 약초를 캐려 다니게 된다. 말이 약초이지 사실은 성품의 산야를 거니며 성품의 약초를 캐던 것이다. 최대의 불우(不遇)한 시기에 최대의 정진으로 최대의 행복을 만들었던 빛나는 시기였던 것이다.

이 치병의 시기에 지은 "청풍해외만리래(淸風海外萬里來) 명월운중구천개(明月雲中九天開) 병승한좌청도가(病僧閑坐廳棹歌 천당지옥총성멸(天堂地獄總成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의 청풍과 명월은 바로 성품을 은유한 표현으로, 마치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송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에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을 연상시키는 시로, 이 시의 포인트는 '병승한좌청도가'에 있다. 병승(病僧)은 바로 병마와 함께 하고 있는 대산종사 자신을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으나 대산의 마음에는 성품의 청풍과 명월이 맑은 바람에 두둥실 떠 있는 경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한가로움이 지극하여 이러한 한가로운 성품자리에서 뱃노래를 듣고 있는 한가한 상태로 '병들어 힘드네 좀 낳아 졌네'라는 병고의 흔적조차 없었던 것이다.

새 힘 기르리라 새 힘을 기르리라

대산종사, '정양 5칙'에 대해 "크게 안정함이요, 음식을 절제함이요, 병과 약을 잊음이요, 보고 듣는 것을 끊음이요, 생각을 놓음이니라(大安靜 節飮食 忘病藥 斷見聞 勿思慮)."(〈대산종사법어〉소요편 3장) 하였다.

정말 크게 안정하는 것은 성품자리에 안주하는 것으로, 병도 성품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형상(形相)인 것이다. 일체의 보고 듣는 것은 다 성품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형상으로, 이런 형상에 집착하면 참 마음은 가려지어 숨어버리나, 이 형상을 놓아버리면 참 마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니 보는 것, 듣는 것, 병 등의 일체를 놓아버리자는 것이다.

놓아버리자는 것은 간과(看過)하는 것으로, 성품에서 출몰하는 생각은 무시하고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망념인 줄만 알아두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듣고 하는 그 마음자체를 직관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보고 듣는 그 마음을 회광반조하면 눈앞에 언제나 역력히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 자리는 일체 병들지 않는 자리이며 일체에 오염되지 않는 자리이며 일체의 죄가 청정한 자리인 것이다.

이러한 적멸궁에 소요하자는 것으로, 이 생각 저 생각 다 놓아버리면 일체가 적멸한 그 자리가 눈앞에 환히 드러나니, 이 자리에 노닐자는 것이며, 편안히 쉬고 쉬자는 것(大休大歇)이다. 그러면 성품에 바탕한 새 힘이 나오게 되며, 그 힘으로 새 힘을 기르자는 것이다.

정산종사, 요양하는 시자에게 편지하기를 "사람이 육신이 병들지언정 근본 마음은 병이 없나니, 그 병듦이 없는 마음으로써 육신을 치료하면 육신이 따라서 건강을 얻을 수 있나니, 거기에 공부하기를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다."(〈정산종사법어〉응기편 59장) 즉 병들지 않는 근본 마음을 발견하여 그 병듦이 없는 마음으로 병든 육신을 치료하라는 것이다.

〈성가〉 88장 '요양의 노래'에서 정산종사의 시자인 범산 이공전 종사는 "이 병은 어디서 왔나, 삼세의 업장에서라, 묵은 빚 갚아가나니 앞날은 가뿐하오리. 이 병은 어디에서 왔나, 자성엔 본래 없는 것, 허공에 흰 구름 일 듯 일어났다 사윌 그림자. 복될 손 믿는 우리들, 조용히 공부할 기회, 자성을 비추어보아 일체고 해탈하오리"라고 노래하고 있다.

범산은 이 병은 삼세의 업장이니 달게 받아 다 청산하자 하며, 또한 이 병은 자성에는 본래 없는 그림자 같은 것이니, 자성에 비춰 일체 병의 고통에서 해탈하자고 노래하고 있다. 정산종사의 시자로서 정산종사의 치병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성가 88장은 정산종사의 치병 자세와 법문에 대한 감상담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품의 대안정심으로 음식에 대한 거부도 과식도 조절하여 먹기 싫어도 먹고 더 먹고 싶어도 존절히 하자는 것이다. 음식의 호불호도 마음의 작용이니 이러한 음식에 대한 마음을 직관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먹는 나의 본래면목을 드러내자는 것으로 먹기 싫을 것도 없고 먹고 싶을 것도 없는, 그래서 먹는 것에 걸릴 것이 없는 그 성품자리에서 음식을 존절히 먹자는 것이다.

원음 산책

〈성가〉 147장 '크게 안정하리라' 반주를 듣노라면 어느 격식도 없고 결정된 계획도 없이 자유로이 발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거니는 느긋함이 느껴진다.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고 바람 부는 대로 흩날리듯이 걸릴 것 없이 유유자적하게 노닐며 평화로운 햇살에 마냥 편안한 기분이 든다.

〈성가〉 147장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편안히 내쉬는 듯 한 리듬감이 있다. 긴 템포에 따라 깊숙이 들이쉬고 길게 내쉬는 리듬감에 따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 놓아버리는 가운데 천지의 기운이 따스한 햇살처럼 비추는 그런 심정으로 부르면 더 좋을 듯하다. 병을 잊고 새 힘을 기르라는 것이기에 밝고 밝은 밝음을 염원하면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분위기로 노래해야 할 것이다. 첫 소절을 기본음으로 하여 약간의 변주를 주며 진행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친숙하고 안정감이 있어 부를수록 마음을 편안해 진다. '크게 안정하리라'는 김규환의 작곡으로 교화부에서 원기75년(1990)에 〈성가〉로 제정되었다.

<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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