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교당, 초코파이·순대·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

지난 9월 추석에 박근혜 대통령은 부사관 이하 모든 국군장병들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증'을 수여하며 56만여 명의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더불어 모든 장병들에게 격려카드와 특별간식도 보내졌다. 이때 보내진 특별간식은 김스낵과 멸치스낵, 전통약과 등 3종류로 구성됐고, 지역별 특산물이 다른 만큼 각 부대의 실정에 맞게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에서 간식은 장병들의 허기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돈독한 전우애를 느끼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장병들의 추억의 간식으로는 튀김 건빵, 봉지라면(일명 뽀글이), 짜장 뽀글이, 컵라면, 초코파이, 냉동만두, 쥬스 등이 주를 이룬다. 장병들의 영원한 간식은 의무적으로 나오는 건빵이다. 근래에는 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에서 쌀 건빵이 출시돼 장병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쌀 건빵 안에는 여전히 별사탕이 들어 있어 신기할 정도다. 매점(PX)에는 1970년~1980년에 볼 수 없는 음식들이 채워져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영내 매점의 최고인기는 치킨이다. '치느님'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장병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이 땅에 백성들을 모두 치느님의 백성으로 만들라. 그리하면 영원한 치킨의 영광을 얻을 것이니'와 같은 '치느님'을 찬양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종교행사의 간식이다. 종교행사는 간식싸움이라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이러다 보니 간식 때문에 종교를 바꾸는 일(?)이 군대에서는 허다하다. 종교적 신념보다는 휴식과 간식이 있는 종교를 선택해 찾아가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다.

11개 교단이 선교하고 있는 개신교는 1200개 부대에 커피, 율무차, 핫초코 등 따뜻한 차를 공급하는 '사랑의 온차'사업을 20년 넘게 하고 있다. 간식도 초코파이 일변도에서 피자, 햄버거, 떡볶이, 짜장면 등으로 다변화한 지 오래다. 장병들의 기호에 맞는 간식 찾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육군 제39보병사단 사천대대에는 '붕어빵 목사'가 있다. 장병들에게 붕어빵을 간식으로 전하는 사천 사남중앙교회 우문석 목사는 "군부대 급식이 좋아졌다지만 부대 안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붕어빵을 생각하게 됐다"며 "주로 주말을 이용해 붕어빵 굽기에 나서 대략 500개 정도를 구워 장병들에게 준다"고 말했다.

교단의 군교화자들은 초코파이, 음료수, 우유, 떡볶이 등을 간식으로 사용한다. 정예의 군 교화를 하고 있는 교당은 계절이나 공양주에 따라 간식이 달라진다. 어떤 때는 옥수수가 나오기도 하고, 수박이 나올 때도 있다.

철원교당 정명하 교무는 "장병들이 좋아하는 순대, 떡볶이, 라면 등을 조리해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간식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장병들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공장이나 회사를 운영하는 교도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안산교당에 다니는 이명임 교도가 주인공인데 군종교구나 군 교당에서 요청이 오면 순대를 무상으로 공양하고 있다. 지난 1일 제17보병사단(인천광역시 소재) 번개교당을 봉불할 때도 이명임 교도는 순대 100박스를 군종교구에 공양했다. 공양한 순대는 번개부대 장병들의 간식으로 제공됐다.

반면 군내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간식비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군 교당도 있다. 익산 육군부사관학교의 경우에는 종교간 간식전쟁(?)을 마감하고 간식비용을 불우장병들을 돕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매달 충용교당과 불교, 기독교, 천주교가 돌아가면서 장병들에게 주어질 간식비용을 성금으로 책정해 집행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화랑대교당 조경원 교무는 간식이 없는 날을 정하기도 했다. 교법에 대한 믿음과 교화의 자신감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조 교무는 "간식 때문에 교당에 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고민 끝에 월 1회 간식 없는 날을 정했다"며 "모아진 금액은 주위 복지시설에 기부하겠다고 예회에 참석한 장병들에게 전하니 모두 찬성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장병들의 간식에는 그때의 시대상황과 환경 등이 묻어 나온다. 군 교화가 개미들(개인)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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