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활동의 보람

▲ 한양범 원무
설법대신 모든 과정 문답 권장


함께 법회를 운영하던 선배 김천길 교도가 서울로 이사 간 후, 정보산업학교 법회를 전적으로 맡게 됐다. 법회내용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직 간식과 게임과 놀이에 집중돼 있는 어릴 적 나와 비슷한 학생들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보고 들은 대로 따라하던 법회 내용은 아무래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법회 식순이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좌종은 학생들이 치고, 설명기도는 예문을 참고하여 학생들이 작성하고 직접 올리게 했다. 입정은 숨을 열 번 정도 세는 동안 마음 들여다보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또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학생들의 짧은 집중력을 의식해 한 과정이 끝날 때마다 성가로 기운을 북돋웠다.

일원상서원문 독경은 너무 어려워 관심 외의 사항이므로 당분간 법회 순에서 유보했다. 그 대신 학생들의 두뇌가 좋은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기에 처음으로 법회에 참여한 학생은 일상수행의 요법 1조씩을 꼭 외우게 했다.

대개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조목을 맨 먼저 암송한다. 성공하면 우레와 같은 박수로 칭찬한다. 5번 정도 법회에 나오면 학생들은 최소한 5개 조목을 외우게 된다. 대부분 마지막까지 보류했다가 외우는 조목이 1, 2, 3조이다. 이들은 7~8번 정도 법회에 나오면 일상수행의 요법은 전부 외운다.

외우기를 완성하면 60점, 외운 것을 실천하면 이미 불보살, 나머지 40점을 실천으로 채우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다. 나는 학생들에게〈교당으로 가는 길〉소책자를 선물했다. 원망과 불평 속에서 살든, 감사와 긍정 속에서 살든 선택은 그들이 한다. 천국과 지옥 생활의 선택 역시도 그들이 한다. 다만 그들은 원불교에 나온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설법은 하지 않고 모든 과정은 문답을 권장한다. 아니 권장을 넘어 질문이 없으면 질문을 당하게 한다.

때문에 〈정전〉,〈대종경〉,〈정산종사법어〉 순서에서 거의 예외 없이 질문이 쏟아진다. 긴박한 질문공세에도 자연스럽게 회화가 진행된다.

이 순서에 이르면 봉공회 회원들의 주의가 집중된다.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길면 지루하다. 짧을수록 좋다. 마지막은 성가를 부르고 폐회한다. 그리고 간식을 나눈다. 아귀다툼의 간식시간은 차츰 오순도순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법회를 마치고 이웃종교의 성가를 들으며 학교 문을 나선다.

오래 전 광주교당 봉공회원이 소년원 법회를 보고 느낀 감상을 전한다.

"고룡정보산업학교에 갔다. 원불교 교당에 들어서니 학생 둘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번 겨울 심한 눈과 추위로 천정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다. 바로 옆의 천주교 성당과 원불교 교당이 비가 샜다. 봉공회장이 학생에게 몇 명 더 데리고 오라고 하니 곧이어 3명이 더 왔다. 알고 보니 교당에 나오다가 잠시 이웃종교에 가서 어울리던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법회에 참석한 학생은 9명이 됐다. 법회가 끝나고 불교와 개신교 방에 가봤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목격하게 됐다. 원불교 다니는 아이들이 교회 바닥에 널려져 있는 과자봉지를 치우면서 빗자루로 청소를 돕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여기서 뭐하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청소합니다. (썼으면) 깨끗하게 청소해야지요'라고 했다. 나는 그들의 등을 토닥여주고 나왔다."

<서광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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