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없는 의사결정 없어
구성원들 변화 의지 중요

▲ 강정갑 교도
소태산 대종사는 원기2년 장차 시방세계를 위하여 큰 공부와 사업을 하기로 하면 먼저 공부할 비용과 사업 자금을 예비해야 한다며 저축조합을 창설했다. 이후 숯 장사와 정관평 방언공사, 상조조합 등으로 교단 경제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신은 후래 제자들에게 발전적으로 계승되지 못하여 교단의 교화활동에 물질적 지원 부족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생활종교를 표방하는 교단이 왜 이러한 교조의 창립정신을 담아내지 못했을까. 교단은 선진들의 노력에 의해 오늘날의 성과를 이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담보하지 못한 이유는 공간적 한계에 있다고 본다. 불법연구회가 창건된 원기9년(1916)은 익산이 교통의 요지였다. 평야가 광활하여 자력종교로서의 발전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장의 축이 수도권과 부산권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지금도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의지해 살고 있고, 경제·문화·정치·교육의 중심을 이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경쟁력 있는 공간이 되었다.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현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개교의 동기에서 "파란고해의 일체 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고 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교단은 개교반백년기념대회(원기55년)를 개최했다. 나는 그때 이미 교정원 서울이전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로 교정원을 옮긴다는 것은 단순히 장소의 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가 대한민국의 주력종교가 되겠다는 의미이고, 대한민국에서 집단지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그들과 부딪히면서 현시대에 맞는 수행법을 찾고 교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즉 주세교단으로 발돋움하는 데 서울을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현대 산업은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풍부한 인적자본, 새로운 도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서울이전에는 많은 과제가 따른다는 것은 안다. 그렇다고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이전에 따른 숙박시설은 임대보다는 건축매입으로 가야 한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별도의 숙박시설이 필요하지 않는 전문 재가교도를 활용하면 된다. 재가교도들 중에는 교육·산업·국제관계 등에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다. 이들을 전문요원으로 충원하고 중요 간부급 인사만 출가교도로 충원하면 교화현장의 인력부족도 상당부분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미국 도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져는 〈도시의 승리〉라는 책에서 '도시는 고도화될수록 집적되는데 도시의 집적성이 높아질수록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 자원과 재화와 기업과 같은 물적 자원을 한 곳에 끌어들여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이 그러한 대표적인 공간이다. 서울은 원불교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수행은 한적한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교화와 사업은 집적 공간에서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야 성공할 수 있다.

교정원의 서울 이전은 단순한 사무실 공간이동이 아니다. 원불교가 한국의 주력종교가 되고 세계종교로 뻗어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 정신이 조직과 인적 구성, 기능의 재편성을 가져올 것이다. 이제는 교단의 모든 역량을 교화에 집중시켜야 한다. 이를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물론 변화를 하려면 너무도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망설이고 주저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리스크 없는 의사결정은 없다. 다만 줄여갈 뿐이다.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면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진행해 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의지다.

<강남교당, 화성도시개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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